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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진 회장 |
호형씨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다닙니다. 혼자 사는 덕에 여유롭기도 하지요. 주말이 되어도 호형씨는 집 밖을 나서지 않습니다. 혼밥에, 혼술에 혼자만의 여유를 즐깁니다. 이 맛을 누가 알까요? 문제는 이러한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형씨는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상대방의 표정, 말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에 더 긴장하게 되고 신경은 곤두섭니다. 미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혹시나 말실수한 건 없을까 곱씹느라 의기소침해집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기도 하고 우울한 기분도 털어버릴 겸 또 술 한 잔 마시고 잠이 들곤 합니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퇴근 후 집에서 한 잔의 술을 즐기곤 합니다. 이러한 음주가 습관화되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단계를 거쳐 알코올 중독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음주에 다소 관대하기도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한 잔쯤은 괜찮다고 ‘반주’로 권하기도 하지요. 이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매일 술에 취해 지낸다면 일상생활이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까요? 개인의 일상생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개인들로 이뤄진 사회 조직이 굴러가는 데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술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제이긴 합니다. 괴로운 감정을 가라앉혀주며 잠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술을 마심으로써 순간의 기분은 가라앉을지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외려 숙취로 고생하면 고생하겠지요. 아울러 음주는 신경계에 작용해 실제로는 숙면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술에 의존하는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호형씨의 경우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만큼 쉬는 날까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할 수 없는 취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영화관이나 전시회를 보러 간다든가, 드라이브나 등산을 하는 등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다른 취미도 분명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같이 스스로와 대화하며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지금의 문제가 직업적인 데서 오는 것인지, 자신의 감정이 불안한 데서 기인하는 것인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따라 휴직, 이직, 전직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느님께 기도를 청하고 하느님 안에서의 생활은 금주의 적극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며 기도를 하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한 음주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영적 체험’은 술을 끊거나 줄이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강 앤 리, 2020)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상황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입니다. 계속 같은 방법에 의지하는 한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누르기 위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주에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짧은 위안은 빠르게 사라지며 공허함만 키울 뿐입니다. 건강한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위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나를 돌보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