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 앞 지하철역 주변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156명의 희생자들 앞에 흰 국화가 놓였다.
젊은이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10월 31일. 서울 광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노인부터 학생, 종교인과 외국인, 정관계 인사 등 많은 이가 희생자들 앞에 헌화하며 기도하고, 눈물을 훔쳤다.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에 전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전해졌다. 사고 현장인 서울 이태원 지하철역 출구 주변에도 많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바친 국화가 수놓아졌다. 시민들은 잔해들만 남은 채 경찰 통제선이 둘러쳐진 사고 현장을 황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함께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서울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이따금 두 손을 모은 채 한참 동안 묵념하며 안타까운 희생 앞에 기도를 바쳤다. 마스크 위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적잖았다. 서울 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준호(67)씨는 “모두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들어 조문을 왔다. 안전한 나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했고, 연신 눈물을 쏟은 임경선(49)씨도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조보금(베네딕다)씨는 “서울에 이렇게 큰 참변이 일어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특히 젊은이들의 희생이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겹게 다가온다”며 “그들이 천상에서 안식을 얻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천주교를 대표한 주교와 사제들이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이 주교와 정 대주교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정기총회 참석 중에 사고 소식을 접했고, 10월 30일 귀국 후 이튿날 분향소를 방문했다.
이 주교는 조문 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튼튼히 세워지길 바란다”며 “한국 천주교회도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곳이 되도록 기도하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도 “젊음을 채 꽃피우기도 전에 안타까운 사고로 떠난 젊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 어떤 말보다 우리가 같이 아파하고, 유가족들과 마음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 주교와 정 대주교는 조문록에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한국 사회에 건강한 미래가 도래하길 바란다”, “희생자들과 가족들, 부상자들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고 작성했다.
사고 발생 이튿날인 주일 서울대교구 이태원본당을 비롯한 많은 본당도 미사 중 사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추모하는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합동분향소는 국가 애도 기간인 5일까지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핼러윈은 기원전 500년 무렵 고대 켈트족의 새해(11월 1일) 맞이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가톨릭교회는 8세기 이후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내는데, 신성한 전야(hallow eve)라는 데에서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 서구사회에서는 혼합된 형태로 이어져 온 풍습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의 외국 문화 유입과 이날을 이용한 기업들의 이벤트, 상술 등과 결합해 ‘한국식 핼러윈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문화에 따르는 새로운 위험에 대비한 재난 관리시스템 작동, 안전문화 정착에 더욱 힘쓰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철(빅토리노)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은 정부가 홀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없다”며 “국민과 국가, 지역 사회가 함께 안전이라는 귀중한 가치 실현을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 이처럼 시대와 문화 흐름에 따른 새로운 위험들에 늘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