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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3주일- 두려움과 공포 대신 희망 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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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여 삶을 제 뜻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상황을 불안해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그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세상에 사는 인간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고, 그것을 잘하는 사람들을 ‘현명하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만입니다. 그러면 죽음 이후에 맞게 될 새로운 삶, 영원히 이어지게 될 그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요?

그리스도교에서는 그 시간을 ‘종말’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그 종말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떤 사람이 성전이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예물로 꾸며졌다’며 그 외적인 모습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 성전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하시지요. 그 말씀대로 예루살렘 성전은 기원후 70년경 티토가 이끄는 로마군대의 공격을 받고 완전히 파괴됩니다만, 예수님은 단순히 미래에 있을 일을 미리 알려주시기 위해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닙니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현혹되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이들의 삶은 예루살렘 성전처럼 세상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리라고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의 초라한 최후를 슬퍼하면서,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며 신앙이라는 단단한 반석 위에 튼튼한 집을 짓지 못한 것을, 종말의 순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겠지요.

사람들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전쟁, 기근, 전염병, 자연재해, 천체의 기괴한 움직임 등으로 나타나는 종말의 ‘겉모습’이 우리 마음속에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종말을 제대로 마주할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는지,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전조(前兆)가 나타나겠는지를 미리 알아내어 회피하려고 할 뿐입니다. 하지만 온 세상을 한꺼번에 덮치는 그 재앙을 미리 안다고 피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종말을 그저 피하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으로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의 의도가 보입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종말과 심판에 대한 말씀이 무섭게 들리기는 하나, 예수님은 우리를 겁주거나 공포심을 조장하시려는 게 아닙니다. 그런 괴롭고 힘든 일들을 겪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 뜻을 따르는 신앙의 길을 끝까지, 굳건히 걸어가면 새로운 세상인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시려는 것이지요.

예수님 말씀처럼 환난과 시련이 일어나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닙니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합니다. ‘종말’(終末)은 말 그대로 이 세상의 ‘맨 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라짐이 나라는 존재 자체의 ‘소멸’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애벌레가 땅을 기어 다니는 생활을 끝내고 고치를 거쳐 나비라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듯, 나 또한 하느님 사랑의 섭리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 그분과 함께 영원토록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더 두렵고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영원토록 살아갈 튼튼하고 완전한 집을 지으려면, 지금 이 세상에서 사는 부족하고 약한 집을 완전히 허물고 처음부터 새로 지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 과정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종말’입니다. ‘헌 집’이 허물어지는 걸로 끝난다면 절망이지만, 그 자리에 훨씬 더 좋은 ‘새집’을 지을 것이기에 희망이 되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새집’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현재를 기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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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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