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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에게 겨울철 양식을 주는 참나무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25)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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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S 자료 사진


오늘 숲길을 걷는데 유난히 많은 다람쥐가 눈에 띄었다. 몸집이나 털의 색깔을 볼 때 아마 다람쥐만큼 귀여운 야생동물도 드물 것이다. 또한, 다람쥐의 움직임 역시 눈길을 끈다. 쪼르륵 달려가다 멈추어선 후, 보는 사람의 눈치를 살피듯 잠시 돌아보며 서 있다. 얼마를 더 가니 다람쥐 한 마리가 입에 무엇인가를 가득 물고 지나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살펴보니 도토리를 입이 터지도록 물고 어디론가 가는 중인가 보다. 아마 겨울을 날 양식 준비를 하려고 저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창고를 만들려나 보다.

이 다람쥐와 같이 숲의 동물들은 이때쯤 참 바쁘다. 먹을거리가 없는 겨울은 야생동물들에겐 혹독한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이런 때를 대비할 채비로 가장 바쁜 시기이다. 겨울철 양식으로 가장 최적이 바로 도토리이다. 숲 어디에서나 흔하게 구할 수 있고, 보관하기도 편하며 또 영양분마저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토리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많이 애용됐던 먹거리였다. 대표적으로 도토리로 만든 묵과 전은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도 숲에는 도토리를 잔뜩 채집하여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젠 야생동물이 먹고 생존할 수 있게 놓아두었으면 좋겠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우리는 흔히 참나무라고 부른다. 참나무는 낙엽이 지는 나무로 소나무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나무이다. 그런데 실제 도감이나 학술적 용어로 참나무란 나무는 찾을 수 없다.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들이 도토리 열매를 맺기 때문에 이들을 총칭해서 참나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 사람으로 치면 참나무는 마치 김씨네, 이씨네와 같이 어느 집안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한집안의 형제가 얼굴이나 생김이 조금씩 다르듯이 이들 참나무 형제들도 쓰임새와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가 사는 주거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토리나무는 주로 상수리나무이다. 그래서 상수리 도토리로 묵을 많이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도토리나무를 상수리나무라고도 한다. 역사적인 고증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임진왜란 당시 피신했던 선조가 먹을거리가 흔하지 않자 도토리묵을 쑤어 수라상에 올렸다는 데서 ‘상수라’로 불리다가 ‘상수리’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참나무 형제 중 굴참나무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코르크라 불리는 나무껍질이 두껍다. 그래서 이 코르크를 병마개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또 옛날 산골에서는 이 껍질을 길게 벗겨 지붕으로도 썼다. 떡갈나무는 이들 형제 중에 가장 넓적한 잎을 가졌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에서도 이 떡갈나무 잎을 이용해 음식이나 떡을 싸서 먹거나 보관했던 풍속이 있다.

참나무류들은 천이의 과정에서 정점에 더 가까운 나무들이다. 그래서 숲을 그냥 놔두면 소나무와 같이 햇볕을 잘 받아야 크는 양수성 나무를 밀어내고 음수성 나무들인 참나무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참이란 말은 진짜라는 뜻인데 나무 중에도 진짜 나무라는 뜻일 것이다. 참나무류의 학명인 ‘Quercus’도 라틴어의 ‘진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를 선호하고 으뜸으로 쳐서 참나무들은 한때 잡목(雜木)이라 하여 냉대를 했다. 땔감과 숯을 만드는데도 주로 참나무가 쓰였다. 특히나 참나무로 만든 숯은 참숯이라 하여 연기가 나지 않고 오래 잘 타서 고급으로 쳤다.

이제는 이런 참나무류들이 말 그대로 진짜 나무, 질 좋은 나무로서 인정받고 있다. 기후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우리가 배출한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소나무보다 참나무류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앞으로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참나무류의 가치는 더 크게 쓰일 나무가 될 것이다.




신원섭 라파엘(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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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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