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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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신뢰와 믿음으로 하나의 지향만 담긴 미덕

[김용은 수녀가 묻고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 18. 단순함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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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힘든 일 앞에서도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단순해지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때론 간절히 필요하다.



사랑하올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



안녕하세요. 안녕하다는 인사말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희는 안녕하지 못하거든요. 소식 들으셨겠지만, 최근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소중한 젊은이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장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불안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더욱 참담하고요.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온 국민이 ‘트라우마 고위험군’이 되었다면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네요.

기도하면서도 복잡한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SNS에서 누군가에게 화살을 쏘아대는 비방들인데요. 앞으로 또 얼마나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할지 미리 걱정되고 착잡합니다. 이럴 때 ‘단순함’에 대한 생각을 해요. 바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거든요. 생각과 판단을 멈추고 그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단순함의 덕을 청하게 되네요. 죽은 모든 영혼과 살아있는 저희의 영혼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성인의 지혜를 청합니다.

단순하고 싶은 김 수녀 드림.

사랑하는 김 수녀와 독자들에게

우선 비극적으로 숨진 많은 희생자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충분히 기도하고 애도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야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마음이 단순하지가 않아서 애도하면서도 많은 걱정과 불안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데요. 그렇기에 전문가들이 정신건강에 주의하라고 하겠지요. 안전하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일까지 걱정하고 불안이 높아지겠죠. 희망과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상상을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고요. 이럴 때일수록 단순해지고 싶다는 김 수녀의 바람이 무척 공감이 가네요. 누구나 큰일을 당하게 되면 불안 증상으로 걱정과 우울로 감정조절도 어려워지는데요. 그렇게 되면 단순하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도 어렵고요. 사실 많은 문제의 원인은 복잡함에서 비롯되는 거 같아요.

단순함이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속임수가 없는 오로지 하나의 지향이 담긴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간교하고 이중적인 교활함과 결코 손을 잡지 않는 신중함이기도 하고요. 살다 보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모욕을 당하기도 해요. 그리고 예기치 않은 말도 안 되는 참사를 맞이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감정이 폭발하죠.

그런데요. 단순한 사람은 생각보다 고요한 감정을 유지해요. 그럴 때 사람들은 그에게 말해요. “속은 분노로 가득한데 겉으로 평온한 척, 위선 아니에요?” 그런데 진짜 단순한 사람은 이런 공격에도 크게 동요를 보이지 않아요. 단순하기 때문인데요. 물론 왜 화가 나지 않겠어요. 모욕을 당할 때는 자존심도 상하죠. 그런데요. 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크고 빛나는 신뢰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넘어져서 정말 많이 아픈데도 울지 않는 아이처럼요. 아이 앞에 두 손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어주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죠. 아이는 아픔보다 엄마의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단순함을 지니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나라가 어수선하고 주변 사람들의 불안감이 전달되어도 고요하고 평온한 모습을 지닌 사람은 단순하기 때문이지요. 이 단순함은 뭘 몰라서가 아니에요. 그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하느님의 현존이 더 크게 머물기에 굳이 변명하거나 해명할 이유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저런 비방이나 불평이 단순함의 미덕을 지닌 사람의 마음은 흔들어 놓지 못해요.

단순한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했다면 뒤를 돌아보지 않아요. 자기 한 일에 대해 누군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하느님의 뜻에 비추어 생각하니까요. 사실 불안하고 우울할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까지 반응하고 근심하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런 걱정은 에너지와 시간 낭비거든요.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일일이 다 대응하려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은 전체 인생에서 작은 한 점인데, 너무도 많은 것을 허비하게 돼요. 단순함의 미덕은 이런 모든 것들을 무시한다기보다 하느님께 위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요. 예기치 않은 참사 앞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그런데 단순한 사람은 고통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러면서 하느님 사랑의 법칙에 따라 그분의 섭리에 의존하면서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을 얻게 돼요. 공포와 분노, 그리고 미움이란 감정이 올라올 때 단순함의 미덕으로 고요한 슬픔을 지니고 애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으로 사세요! Live Jesus!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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