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한반도 화해를 위한 가톨릭의 평화 인식과 역할’
▲ 11월 26일 개최된 2022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평화나눔연구소장 홍용표 한양대 교수 등과 주제발표자, 토론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1월 26일 가톨릭대 성신교정 진리관에서 ‘한반도 화해를 위한 가톨릭의 평화 인식과 역할’을 주제로 2022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열고,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21세기 한반도와 세계 평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포럼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 평화나눔연구소장 홍용표(프란치스코) 한양대 교수 등과 주제발표자, 토론자, 내외 귀빈들이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이번 포럼은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평화 인식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회와 신앙인들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모아 평화의 국제연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평화의식 조사: 천주교인들의 신앙심과 평화 인식
1회의(Session)에선 지난 10월 말∼11월 초 일반인 1100명(천주교인 133명ㆍ개신교ㆍ불교ㆍ무교 포함)과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리서치 앤 리서치(대표 노규형)에서 실시한 ‘평화 의식 조사- 천주교인들의 신앙심과 평화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나눴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언가 종교인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천주교인과 비천주교인의 평화에 대한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와 천주교 활동이 평화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봤는데, 정교분리는 평화에 대한 인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성당에서 평화에 대한 논의 기회를 많이 제공할수록 평화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강우창(안토니오) 고려대 교수도 “종교인이 비종교인보다, 또 천주교라는 정체성이 강할수록 갈등 인식은 덜했지만, 대체로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조영호(요아킴) 서강대 교수는 “남성 신자들이 여성 신자들보다 통일이나 화해, 협력에 우호적이었고, 청년과 고령 신자들은 통일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4050 중년층은 다소 적극적이었다”면서 “고졸 이하나 대학원 이상 고학력 신자들은 통일 필요성이나 교황 방북 등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뜻을 보였지만, 고학력층은 통일을 비교적 합리적 관점에서 인식하면서도 대북 정책에 대해선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토론을 통해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는 150개의 문항이 포함된 설문과 온라인 조사, 분석 과정을 상세히 전했고, 강신구(야고보)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핵이든 남한 핵무장 문제든, 이런 평화 문제에 대해서 교회 가르침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현훈(아우구스티노)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도 “천주교인들의 평화 인식에 대한 원자료를 가지고 지역별로, 나이별로, 성별로 얼마나 다른지, 또 추가로 종교별로 얼마나 다를까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반도 평화 현안 :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평화의 여정
2회의(Session)는 코로나19 이후 최근 들어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변화와 남북 간 갈등 국면을 어떻게 풀어갈지, 또 평화교육은 어떻게 할지를 모색해본 자리였다.
마상윤(발렌티노) 가톨릭대 교수는 “남한의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만큼 우선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담대한 구상’이 대북 강경책이 아니라 북과의 실질적 협력에 방점이 찍힌 구상이라는 걸 설명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는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그간 이뤄진 교류협력사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남북 교류의 사회적 지지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간 사회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한 법ㆍ제도 정비, 사회적 기반 확충, 교류 지원 교육 등 다양한 차원의 교류 개발, 교류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훈(프란치스코)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장은 “평화교육은 가르치지 않는 교육, 평화 역량 중심 교육이 돼야 할 것”이라며 “학습자가 스스로 새로운 배움을 취하는 힘을 형성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희옥(아우구스티노) 성균관대 교수는 “교류와 대화, 평화, 이런 말이 우리 가슴 속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담대한 구상’이 발표됐지만, ‘경제와 안보의 교환 모델이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이 들고, 북은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북핵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포괄적 합의의 단계적 이행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승주(아녜스)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도 “평화의 여정을 위한 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교육을 하자는 건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지식 중심의 교육과 역량 중심 평화 교육을 병행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주제로 한 3회의(Session) 종합토론은 이번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의 백미였다.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겸 (재)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은 “전후 한반도에서 전쟁통일론이 전환되는 건 1963년인데, 북은 혁명 통일론으로, 남은 선 건설 후 경제통일론으로 바뀌었다”면서 “언젠가는 남뿐 아니라 북에서도 공생(共生, Symbiosis) 통일론이 떡잎 같이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핵이 억제력을 가지려면, 핵을 잘 숨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24시간 사각지대 없이 다 공개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확장 억제력은 첨단기술 혁신에 따라 핵 억제(Nuclear Deterrence)에서 통합 억제(Intergrated Deterrence)로 진화 중이고 북한이 경제발전을 희생하고 개발한 핵이 이제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랑의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또 북핵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에서 미ㆍ중이 오판하면, 공멸로 갈 수밖에 없기에 한반도는 물론 지구적으로 공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는 “평화를 원한다지만, 안보에 대한 우려와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 안에서 평화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화해와 평화, 공존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 통일부 차관 천해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오늘 포럼을 보며 단기적으로는 2030년,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내다보며 공생의 문제를 풀 해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기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진우(스테파노) 한양대 교수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선호하는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