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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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이유 성찰하고 진심어린 뉘우침 선행돼야”

[김용은 수녀가 묻고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 22. 고해성사를 잘 준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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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해성사에 임할 때에 사실만을 고백하기보다 그렇게 한 이유를 성찰하고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 CNS



사랑하올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

누군가 물어왔습니다. “죄가 없는데 그래도 고해성사를 해야 하나요?”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죄가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물론 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하기야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자극적 범죄뉴스 속에 묻혀 살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에겐 죄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해요. 반면에 죄의식에 갇혀 사는 사람도 있어요. 노숙인들을 무심히 지나쳐서, 집안일을 도와주지 못해서, 불친절해서, 기도를 못 해서. 사는 것이 다 죄가 돼버린 셈이죠.

그러고 보면 저 역시 살아가면서 제가 하는 많은 행동이 죄라고 못 느낄 뿐, 죄일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죄의 경중이 죄 자체에서 온다기보다 죄에 대한 인식에서 올 수도 있겠네요. 소소한 것도 모두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 타인에게 크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죄라는 인식보다 실수나 잘못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겠고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영혼 단장을 위해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고해성사가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기야 수녀인 저만 해도 성사를 할 때마다 어렵긴 합니다. 자주 해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가볍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같은 죄를 반복해서 고백하는 저 자신이 싫을 때도 있습니다. 이번엔 고해성사를 잘 준비하고 싶어요. 성인의 지혜로 참된 치유와 화해의 길을 열어주세요.

고해성사로 영적 성장을 하고 싶은 김 수녀 드립니다.




사랑하는 김 수녀와 독자에게


성탄을 기다리면서 고해성사에 대한 질문을 받아 무척 반가워요. 우리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성덕과 반대되는 악덕들이 있고 또 유혹이 있지요. 있다는 그 자체로 죄가 되진 않아요. 유혹을 느끼는 것과 동조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우리 인간이 유혹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잖아요. 교만으로 질투로 나태로 분노로 누군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예기치 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죄가 있어요. 대죄는 아니지만 자잘한 잘못들이 하나둘 쌓이면 영혼을 손상시키고 신심 생활에 생기를 잃어요. 그렇기에 잦은 고해성사를 할 것을 권해요. 그런데 김 수녀는 자주 하다 보니 형식적으로 하게 된다고 했어요. 사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어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뉘우침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고해성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고해성사를 통하여 진심으로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으면 해요. 단순히 용서받고 치유 받는 차원을 넘어 죄로 인해 잃은 것을 선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요. 죄를 고백하는 행위는 신심 생활에서 훌륭한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도 기억하고요.

두 번째는 악의없는 거짓말, 부주의한 말들, 재미로 한 말들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그런 다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 교정하려는 원의와 변화하겠다는 결심까지 이어졌으면 해요. 대죄든 소죄든 변하겠다는 굳은 결심이나 의지 없이 죄를 고백하는 것은 고해성사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백하기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성찰하세요. 동시에 상처를 주거나 받은 상대를 위해 기도하세요. 그와 더 깊은 사랑으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마지막으로 주의할 것이 있어요. 자칫 의미 없는 형식적인 고해를 할 수 있는데요. 고해할 때 뭉뚱그려서 모호하게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온 마음으로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등 이런 고백으론 양심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긴 어려워요.

구체적으로 그러나 간결하게 그리고 단순하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예를 들어 ‘친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라고 할 때, 왜 요청을 거절했는지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혹시 그 친구를 평소에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바빠서 혹은 단순한 무관심이었는지를.

사실만 고백하기보다 그렇게 한 이유를 성찰하고 고백하세요. ‘거짓말을 했다’라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거짓말을 한 이유가 허영심 때문인지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것인지 혹은 그저 농담이었는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죄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이유나 동기를 밝히면 자신이 진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게 돼요. 죄로 기울어지게 하는 좋지 않은 습관과 성향, 그리고 무의식에 있는 죄의 뿌리까지 투명하게 밝혀야 치유와 화해의 길로 들어설 수 있고요. 그러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 새로운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할 때 영혼이 정화되고 주님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예수님으로 사세요! Live Jesus!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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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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