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안식년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보내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인근의 잘 가꾸고 보존돼있는 숲을 찾아 그 아름다움을 실컷 즐긴 시간이었다. 도심에 있는 스탠리 파크(Stanley Park)는 물론이고 북밴쿠버의 린벨리(Lynn Valley) 숲과 같이 우리나라의 숲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숲들을 경험하면서 행복했던 여운이 아직도 남았다. 그런데 밴쿠버의 어느 학교를 방문하여 들은 숲이 아이들의 장래를 바꾸었단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어서 소개하려 한다.
밴쿠버 시내에 위치한 그랜드뷰(Grandview) 초등학교는 할렘은 아니지만 그리 부유하지 않은 동네에 자리 잡은 학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학교 주변에는 경찰이 항상 순찰을 해야 할 만큼 위험한 환경이었고, 학생들 5명 중에 4명은 기초 독해시험에서 낙제를 받곤 했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도심의 학교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선생님들로부터도 그리고 학생들로부터도 꺼리는 학교가 되었다. 백인 학생들은 이사를 가서 그 수가 줄어들고 결국 학생의 절반은 원주민인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가 되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 학교가 속한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에서 실시한 기초학력 평가에서 재학생 중 88가 읽기, 쓰기 그리고 산수 과목에서 기대수준을 훨씬 넘는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매년 읽기에서 22, 쓰기에서 63, 그리고 산수에서 42의 학생 정도만 통과한 기록을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과 땀이 빗은 결과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절망에서 희망을 꿈꾸며 비록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묵묵히 그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결국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그랜드뷰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노력의 시발은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남자가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성의 아들이 다니는 이 학교 선생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이 사람은 체포되었지만 학교가 입은 타격은 매우 컸다. 밴쿠버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 이후 읽기 교사 웬디 포우크(Wendy Fouks)를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해 학교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우선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자신감을 주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또한, 스스로 참여하고, 변화를 느끼며, 성취가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학교 숲 프로그램이었다. 이 학교가 추진한 숲 프로그램은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학교의 공터에 숲과 자연 공간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숲을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숲에서 마음대로 뛰어놀고, 관찰하고, 또 호기심을 가지고 나무에 올라가 보기도 하는 기회를 누린 것이었다.
이렇게 숲에서 단순하게 뛰노는 것만으로도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은 큰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 변화시킨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갖가지 경악할 사건과 탈선은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멀어지고 자연과 단절된 생활에서 기인한다고 나는 믿는다. 단절된 공간에서 컴퓨터와 게임에 몰두하는 요즘의 아이들은 같이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 갇힌 교실과 학원보다는 자주 숲에 데려가 자연의 신비와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들의 장래나 국가의 장래에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