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영화 ‘탄생’을 봤어요. 저는 순교선열들의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앞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라파엘라: 저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사제가 되셨을 때 그렇게 어리신 줄 몰랐어요. 고작 24살이었다니 말이에요.
바울리나: 그 당시는 지금보다 더 힘든 시절이었을 텐데, 성 김대건 신부님의 도전과 용기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 힘든 현실과 비관주의
성탄과 연말연시를 맞아 행복하십니까? 그러나 궁핍함과 마음의 아픔, 시련을 겪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공포, 노후와 주거 문제, 건강과 복지에 대한 염려, 불확실한 미래, 정치 현실의 피로감으로 누구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생망’, ‘자살각’, ‘한강수온체크’ 같은 농담들이 이해가 되는 건 그만큼 현실이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된다는 이른바 패배주의가 싹튼 것은 아닐까 성찰합니다. 비교 불가하나 과연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대일까요? 아니면 다른 시대는 좀 더 나았을까요? 얼마 전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님을 다룬 영화 ‘탄생’이 개봉됐습니다.
■ 어린 김대건의 도전
작중 16세의 나이에 세례를 받는 어린 김대건은 아버지 성 김제준 이냐시오로부터 “신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소년 김대건은 “예, 해보겠습니다. 성령이 하시는 일은 모르지만 지금 제 가슴이 뜨겁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후 김대건은 먼 유학길에 올라 갖은 고생을 하며 사제수업을 받습니다. 그러나 구한말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패권을 다투던 시절이며, 심지어 천주교 신앙을 가지면 목숨을 잃는 참혹한 때였습니다.
청년 김대건이 외국에 있는 동안 가족과 교우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함께 공부하던 최방제 프란치스코를 잃기도 하며, 그 자신도 목숨을 잃을 뻔하는 등 숱한 위험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이겨내고 1845년 8월 17일 상하이 진쟈샹성당에서 사제가 됩니다. 영화가 강조하는 포커스 중 하나는 바로 청년 김대건의 용기와 도전입니다.
■ 용기, 하느님의 선물
비록 영화 속 대사지만 ‘마음이 뜨거워졌다’는 김대건 신부님의 체험은 참으로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들은 언제 그처럼 마음이 뜨거워지십니까? 아마도 그것은 박해 앞에서 올바른 것을 선택할 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때 그리고 두렵지만 용기 있는 결단을 할 때 혹은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할 때’(「간추린 사회교리」 13항)일 것입니다.
힘든 이웃들과 연대하는 가운데, 서로 보듬고 기도해 주며 우리가 그런 용기를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그 용기는 고난을 이겨내고 복음을 실천하게 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입니다. 무엇보다 그 용기는 하느님으로부터 온 선물입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과 그 용기를 나눕시다!
“갈릴래아 호수라고 그대 바람처럼 잔잔하진 않고 가르멜산 오르는 길은 너른 산책길이 아닌 것을. 넘어져도 임의 자락 놓치지 마오. 그대 나섬은 출가요 새로 남, 이별, 아픔, 십자가 길. 그분의 부름과 그대의 선택인 것, 사랑의 길인 것을. 두려워 마오. 그대여, 주저 마오. 무너져도 놓지 마오. 그대 가는 곳 하늘마을이라오. 참 잘 나섰다오.”(갓등 중창단 ‘사랑하는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