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교회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신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경하며 경축하고 있습니다. 이 축일의 성서적인 증언은 성모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 성녀의 기쁨에 찬 외침인 “내 주님(κριο)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에서 비롯합니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18.23ㄱ)라는 말씀에서 분명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에는 일관되게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의 강생이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신성을 지니신 나자렛 예수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취하심은 성령의 위대한 업적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드러나는 성령의 위격적인 특징은 ‘하느님의 자기 비우심(케노시스)입니다.(이브 콩가르 신학자)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온전히 인성을 취하시어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이제 우리의 인간성이 지닌 온갖 허약함, 나약함이 하느님의 신적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전능(全能)함은 자신의 전무(全無)까지도 허용하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존재입니다. 이제야 밝혀진 새로움은 인간의 나약함 또한 하느님의 모상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위대함은 이 ‘나약함’이 타인과 외부 세계와 더 나아가서 하느님에게도 개방되어 서로 간의 관계성 안에서 자신을 풍요로움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위대함은 나약한 존재로서 자신의 허약한 전 존재를 하느님께 온전히 개방하여 하느님의 신성 안에 참여하심에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 안에서 인간이 자유의 위대함을 보게 됩니다.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하느님의 신비에 내어 맡길 때 인간의 나약함이 위대함으로, 하느님의 신적 생명의 온갖 충만함으로 도약하고 비상할 수 있습니다! 한 나약한 인간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기까지….
여기에서 인간의 나약성의 특징인 죄스러움(罪性) 또한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구원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2023년 새해에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부족함과 온갖 허물까지도 인간의 고귀함과 품격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웃 형제들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따뜻한 긍정과 사랑의 문화를 건설해 나가는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구요비 주교(욥, 서울대교구 보좌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