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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족 돌봄 청년이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다.(자료사진) 바보의나눔 제공 |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혼자서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 그렇게 저는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었고 가장으로 사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준(가명, 20)씨는 아픈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김씨는 한 달에 400만 원 가까이 드는 간병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버지를 보살핀다. 아들의 간병에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만 김씨는 오히려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김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자는 시간도, 친구를 만날 시간도, 미래를 준비할 시간도 김씨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버지 앞에서는 괜찮다고 웃어보지만, 저도 점점 지쳐갑니다.” 보호자와 가장으로서 아픈 아버지를 돌보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김씨는 어리기만 하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아동과 청소년을 ‘가족 돌봄 청년(영 케어러)’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입법조사처 등 관계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만 11세~19세 청소년 중 가족 돌봄 청년은 약 18만~29만 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 국가의 조사 결과를 참고한 수치다. 20·30대 초반 청년까지 포함하면 가족 돌봄 청년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앞으로 가족 돌봄 청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돌봄과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저출산으로 돌봄과 부양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형제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이혼율 증가로 부모가 아플 때 보호자는 아이밖에 없을 경우 가족 돌봄 청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족 돌봄 청년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돌보게 되면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어린 나이에 돌봄 부담은 다른 연령대보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병원, 복지 행정, 간병, 치료 등에 대한 정보 부재로 지원정책 접근에 대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정 질병에 대한 인지 부족, 오해 등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고 장기간 내버려둘 경우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집안일, 일상생활과 의료비 마련 등 의료 관련 수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생계비와 가사비 등 생계 부담, 진로와 학업 등 미래 투자 준비 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족 돌봄 청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외 국가와 같은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실태조사에 대한 법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족 돌봄 청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와 협력을 통해 가족 돌봄 청년인지를 파악하고 가족 돌봄 청년을 중심으로 기존의 위기지원 제도 등을 일제히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은 가족 돌봄 청년 지원을 위해 ‘이른 돌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 돌봄’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전액 가족 돌봄 청년에게 전달되며 모금 결과와 사용 결과는 바보의나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 신부는 “우리 주변에 당장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하는 가족 돌봄 청년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우 신부는 “도움이 절실해도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아직 공적 지원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민간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며 “간병과 생활고로 집안에 고립된 가족 돌봄 청년에게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된다면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른 돌봄’ 캠페인 전용 계좌 : 하나은행 810-10051005-404, 예금주 : (재)바보의나눔, 문의 : 02-727-2506~8, 모금홍보팀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