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32)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바티칸 뉴스가 전하는 바로는 성 베드로 광장에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아기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할 것이라고 한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부터 전 세계 아주 조그만 마을에 이르기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탄을 축하하고 상징하는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로 인공 나무로 쓰지만, 외국에서는 진짜 나무를 잘라 장식으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산이나 숲에 있는 나무를 잘라서 쓰는 것이 아니고 나무농장에서 키운 것을 사온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식목철에 나무시장이 열리듯 크리스마스 시기가 다가오면 시내 곳곳의 나무농장은 크리스마스 트리 시장으로 붐빈다. 크리스마스 트리 시장의 경제 효과는 상당하여 임업 소득의 큰 근간을 차지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소나무, 전나무나 구상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사용한다. 겨울철이라 활엽수는 푸르름을 보여줄 수 없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들 나무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애용되는 크리스마스 장식용 나무는 ‘구상나무’이다. 나무의 모양이 삼각형 모양이고 잎의 색깔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어 크리스마스 트리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주어 큰 인기이고 가장 비싸게 팔린다. 이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나무이다. 한라산, 지리산, 그리고 덕유산에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서 불어오는 바람과 눈비를 버티는 나무가 바로 이 구상나무이다.
구상나무를 생각하면 참 서글퍼진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지만 우리가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구상나무를 처음 발견해 알린 사람은 제주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프랑스 신부 포리였다. 포리 신부는 1907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하여 당시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식물원의 식물분류학자인 윌슨에게 보냈다고 한다. 포리 신부는 이 나무가 이미 학계에 보고되어 알려진 분비나무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포리 신부가 보내온 표본을 살펴본 윌슨은 분비나무와 다른 종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1917년에 직접 제주를 방문해 한라산 백록담 기슭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구상나무를 조사하고, 이 나무가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품종이라는 걸 확인했다. 또한, 윌슨은 구상나무를 ‘Abies Koreana’라는 학명으로 학계에 보고하여 새로운 구상나무의 존재를 알렸다. 그때 구상나무는 제주도에서 반출되어 미국에서 개량되었는데, 현재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개량된 구상나무의 기준 표준과 특허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구상나무가 최근 또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다. 구상나무는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한라산, 지리산 등에 자생하는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구상나무의 약 33가 쇠퇴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어린 구상나무가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숲은 어른 나무가 죽으면서 생긴 공간에 후세대인 어린나무가 자라면서 숲이 유지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른 구상나무가 죽어가는 그 자리에 좀처럼 어린나무가 자라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를 보존하고 당당히 우리 것으로 되찾을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