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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 (3) 내리사랑만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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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리 수녀



어느 날 걸려온 어르신의 전화 목소리가 힘이 없고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연령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죽음 준비를 잘하고 싶다는 요셉 형제님과 마리아 자매님은 나이가 들수록 기운이 없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면서 마지막 삶의 터전이 될 실버타운, 양로원, 요양원을 알아보았는데 부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고 조건도 잘 맞지 않아 고민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계십니다. 설령 조건이 맞는 곳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막연하고, 시간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 ‘내가 바라는 노후’에 대한 나눔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목소리로 하시는 말씀이, 평생 자녀들을 위해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 넉넉한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와 약값에 대한 지출은 점점 늘어나는데 수입은 없으니 그나마 모아 두었던 재산이 줄어들어 한 해 두 해가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는 논리를 갖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연로하신 부모들은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아픔을 견뎌내며, 행여 자녀들이 걱정할까 봐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신다고 합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자녀들은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궁상스럽다고 치부해 버리지는 않으신지요? 아무리 자녀들이 병원에 가시라고 말씀드려도 부모님들은 괜찮다고 하시며 자녀들의 소리를 흘려버리십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신을 돌보는 일은 소홀히 하고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십니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넘치도록 주고도 또 주고 싶어 하시는 한없는 사랑을 받았으면, 부모님께 올라가는 자녀의 사랑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자녀로부터 학대와 버림을 받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학대피해 어르신들도 예외 없이 자녀들에게 모든 걸 채워 주며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십니다. 그러기에 학대 중에서도 자녀들의 정서적, 신체적 학대 앞에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마주하게 됩니다. 흐느끼시면서 ‘내가 어떻게 길렀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모든 걸 다 주었는데, 자꾸만 더 달라고 하니 어쩌면 좋습니까?’하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어르신들의 특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툴면서도 자녀들에게 주는 사랑에만 익숙한 분들이십니다. 본인도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알아서 존중해 주겠습니까? 생선이 나오면 머리만 드시지 마시고, ‘너희들은 앞으로도 먹을 기회가 많으니 지금은 내가 맛있는 몸통 부분을 먹겠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님이 생선 머리만 좋아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을 때 상대도 나를 소중하게 여겨줍니다.

유교문화 안에서 나이가 들면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게 되고, 돌아가시면 제사를 지내 줄 것이라 여겨 항상 장남의 위치는 다른 자녀들과 달랐습니다. 그러나 최근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기를 희망하는 노인의 비율은 12에 불과합니다. 가구 형태의 변화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자녀들에 대한 노인의 의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자녀들과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부양의 의무를 가족이나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입니다. 노인돌봄서비스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조금씩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녀들에 대한 걱정을 이제는 내려놓으시고 활기차고 당당하게 행복한 노년의 삶을 누리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진리(베리타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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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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