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영상 교리] (40) 성체조배
▲ 성체조배는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가장 친밀하게 만나는 때이며, 성체조배를 통해 내가 그리스도 안에 살며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게 하는 비결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성시간 전례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성체 강복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미사가 끝난 뒤 남겨둔 거룩한 빵의 형상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은 그 형상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 안에서만이 아니라 미사 밖에서도 성체 앞에서 기도드림으로써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사 밖에서 성체 앞에 기도드리는 것으로는 성체조배, 성체 강복, 성체 거동, 성체 현시, 성체 대회 등이 있습니다.
초세기 신자들은 영성체를 위하여 엄격한 규정들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체에 대한 공경이 자연스레 생겨났습니다.
13세기부터 성체조배를 통한 성체 공경 신심이 교회 안에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성체조배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심을 믿으며, 깊은 침묵 중에 그분과 마주 앉아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감실 안에 계시며 우리를 부르고, 또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를 비추고 가르치며,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해주시고 힘을 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격려해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성체조배는 내 전 존재가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일대일로 가장 친밀하게 만나는 때입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을 가만히 볼 수 있고, 그런 우리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시는 예수님의 눈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가장 깊고도 내밀한 고민을 낱낱이 그분과 나눌 수 있습니다.
성체조배는 내가 그리스도 안에 살며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게 하는 비결입니다. 그래서 성체조배는 나의 모든 시간과 일, 나의 모든 생각과 관계를 예수님 안에서 바로 잡게 하는 통로이며 힘입니다.
그러면 성체조배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미사 전에 성체조배를 하면 개인적으로 미사를 준비하는 기도가 될 수 있고, 미사 후에 하면 예수님과 더욱 깊고 지속적인 일치를 갖게 됩니다. 성체조배는 어떤 정해진 규정대로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방법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성체조배를 위해 성당 또는 소성당으로 갈 때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마음을 모읍니다.
둘째, 성당이나 소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고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바칩니다.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셋째, 자리에 앉기 전에 주님께서 성체 안에 참으로 현존하여 계심을 받아들이면서 성체가 모셔진 곳을 향하여 깊은 절을 합니다.
넷째, 기도를 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깊은 호흡을 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긴장을 풉니다.
다섯째, 주님의 현존을 의식합니다. 주님께 기도하거나 주님이 앞에 있다고 상상하거나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주님의 현존을 의식합니다.
여섯째, 주님과 대화합니다. 주님께 하고 싶은 말씀을 먼저 드리고, 침묵 안에서 주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조용히 기다립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말씀이 있으면 그 말씀에 머무르면서 응답을 드리는 기도를 바쳐도 좋습니다.
일곱 번째, 되새김입니다. 성체조배 중에 있었던 내용을 되새겨 보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으면 그에 대해 감사드리고, 어떤 실천을 결심했으면 그에 필요한 은총도 청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침입니다. 성체 안에 계신 주님께 공손히 인사드리고 조배를 마칩니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성체조배 때 만났던 주님을 기억하며 주님과 함께 살고자 노력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던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품에 바싹 기대어 그분의 끝없는 사랑을 느끼는 것은 분명 기쁘고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