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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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5. 꽃 한 송이라도 우리 손으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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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군민 캠페인 ‘I ♥ 대가야 고령’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 추진으로 깨끗하고 청정한 마을로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이것은 2021년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 추진배경이다. 개진면에서 꼬미마을(인안2리)이 선정되면서 꿈꾸는 통합생태마을의 큰 물길을 지역사회가 열어준 것이다. 이런 것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하는가?

오늘은 사업계획서상 첫 사업으로 마을회관 옆 공터에 화단을 만드는 날이다. 중년 남성들은 일하러 나가고, 85세 이상 어르신 여덟, 여성 이장님 이하 여성 셋, 열 한 명이 땡볕에 그을릴세라 완전무장하고 모였다. 트럭에 남천, 송죽화, 금잔화가 가득 실려왔다. 이 일을 맡은 업체 담당자와 아주머니 네 분도 함께 오셨다. 우리 손으로 하는 줄로 알고 있었던 주민들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기야 85세, 87세 세분, 88세, 89세, 90세, 92세 이분들이 나무와 꽃을 심는다고 누가 상상이라도 하였겠는가? 담당자분들은 자기들이 얼른 해 버리고 싶어하는 듯했지만, 어르신들은 기꺼이 앉아 계셨다. 꽃 한 송이라도 내 손으로 가꾸고 싶어 하시는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으로 송죽화 한 포기를 심을 때마다 굽은 등 뒤로 땀과 함께 마을과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마을회관 앞에는 치산정(雉山亭) 정자와 큰 느티나무가 있다. 계획서상으로는 그 주변에 잔디를 심는 것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잔디가 우선 보기는 좋겠지만, 큰 나무 밑에 잔디를 심어봐야 얼마 못 가서 죽는다고 하셨다. 잔디가 살아날 동안 물을 줄 사람도, 매년 풀을 뽑을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잔디를 심었지만 다 죽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의견을 제시해 보았으나, 주민들의 뜻을 접기로 하였다.

위탁 업체 담당자들은 잔디를 심었고, 주민들은 계획서에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마을 회관 왼쪽 언덕배기 공터와 들어오는 입구 가장자리 빈터를 꽃으로 가꾸자. 무성한 풀을 제거하고, 돌밭 같은 땅을 고르고, 가장자리를 큰 돌, 작은 돌로 조화롭게 놓아 야트막한 경계를 만들었다. 벽돌이나 블록으로 경계를 하면 모양이 나겠지만, 우리들표 꽃밭은 자연 그대로를 살려서 정답고 시골분위기 나면서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한 꽃밭이 되었다.

돈주주의(돈이 주인),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편리하고 쉬운 것에 익숙해져 있다. 지자체의 꿈은 “주민이 주도하는”이지만, 현실은 쉽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주민은 비켜선 존재, 들러리쯤으로 생각하는 행정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깡촌 주민들이라 토의하고, 합의하고, 스스로 결재하고, 보고서 작성하는 것이 안 된다고 생각하였을까? 그러나 오산이다. 이분들은 새마을 운동을 경험한 분들이라, 낮에는 일하고, 밤마다 모여서 토의하고 협의하면서 마을을 가꾼 분들이다. “거꾸로 가는 행정이구나, 노인이라 무시하는구나”로 생각하신다. 오늘도 지혜를 배운다. 마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갈라서듯이 다투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찾아라, 문을 두드려라.”(마태 7,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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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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