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마을 열일기획팀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소리댁 황토방을 꾸미는 일이었다. 사람 향기나고, 고향집 사랑방 아랫목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영적 충만을 누리게 하자. 여름이면 감자 삶아 먹고, 가을이면 밤 구워먹고, 겨울이면 고구마 구워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삶을 노래하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풀어내고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을 느끼게 하자.
소리댁 어르신이 요양원에 가시기 전에 사랑채 방 하나를 황토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군불을 지피니 얼마나 뜨거운지 장판이 노글노글해졌다. 아랫목은 뜨끈뜨끈해서 좋은데 방 분위기는 영 아니었다. 외풍이 세다고 사방을 단열 폼블럭 벽지를 붙여서 황토방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 음식점 방처럼 느껴졌다. 먼저 폼블럭 벽지를 걷어내었다. 붉은 황토가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빈 책장 하나를 얼굴 높이 위치에 가로로 달았더니 좁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었고, 보기에도 멋진 장식장이 되었다. 거기에다 미니 선반 가리개를 달고 나니 예쁘고 아기자기한 황토방이 되었다.
소리댁 황토방 소문을 내니, 경기도에서, 서울에서,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1박 2일, 2박 3일, 4박 5일 다녀가시는 분이 계셨다. 황토방은 꼬미마을 손님방이 되었다. 네 명이 똑바로 누우면 양옆으로 한 뼘 가량 공간이 생기는 방이다.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 시집간 선배들이 1박 2일 체험을 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거나 고향을 떠나 계셔서 이 마을에 올 일이 없어진 선배들이다. 그 옛날 어릴 때 함께 놀던 생각이 나서 마음이 그저 뭉클해졌다. 1박 2일 프로그램을 짜서 보냈다. 선택은 그들에게 맡겼다.
몇 주 내내 온 마음이 선배들을 어떻게 맞이할까로 가득찼다. 수선화와 화초, 이집트 콥트 교회에서 성탄절날 할머니가 손주에게 성당 갈 때 만들어 준다는 자몽 껍질로 만든 콥트 십자가가 들어간 촛불로 환영하는 이벤트를 마련하였다. 뒷동산 대나무로 이름표도 만들고, 피톤치드 향기나는 꼬미관솔 술잔에 복분자주로 축하파티를 하자. 선배들도 온갖 먹거리들을 가져왔다. 서로에게 줄 선물을 갖고 온 선배, 윷놀이를 준비한 선배 등 각자 역할을 맡아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왔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윷놀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놀이에서 진 팀이 낸 돈은 훗날 마을 교육용 빔프로젝터를 사기 위한 기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황토방 하나로 온 마을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 방을 만들어 두고, 얼마 쓰지 못하고 요양원에 가신 어르신께 감사를 드린다. 그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르신이 마을에서 살고 계실 때, 그 사랑방에서 동네 분들 초대하여, 맛있는 음식 만들어서 나누고, 함께 모여 쉬고 놀며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지금 마을에 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한 분의 선견지명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마을을 풍요롭게 한다. 하루를 살아도 정을 내고, 정을 주며, 정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는 꼬미마을은 작은 마을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마을임이 틀림없다.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욥기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