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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일상에서 벗어나 주님 만나는 시간

[가톨릭 영상 교리] (42)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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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정은 하느님과 나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사진은 미국의 신자들이 피정 중에 기도하는 모습. OSV



여러분은 피정을 자주 가시는지요? 피정(避靜)은 ‘세속을 피하고 고요함을 따른다’ 또는 ‘세상을 피하여 고요하게 마음을 지닌다’라는 뜻입니다. 곧 ‘번잡하고 어수선한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하느님과 가까이하는 길을 찾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을 말하는데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과 반성으로 양심을 깨끗이 하는 시간으로, ‘주님과 함께하는 휴가’, ‘주님 안에서 조용히 쉬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도 있습니다. 오늘은 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정은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입니다. 세상사나 인간적인 일로 멀어진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요. 사실 우리는 하느님 뜻 안에서 창조된 존재입니다. 그래서 참삶의 길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길을 잘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적ㆍ외적ㆍ인간적 욕망과 주위의 많은 요소 때문에 이를 쉽게 방해받습니다. 또 인간적인 생각이나 일에 묻혀 하느님 자체를 잊어버리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참삶의 길에서 자주 벗어나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삶의 현장을 잠시 떠나서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주시고 지켜주셨던 하느님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하느님과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고 맞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피정은 내 눈을 하느님께 다시 맞추고, 내 삶을 다시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만드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인도를 받으셔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며 기도하셨습니다.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세상에서 물러나 오직 하느님과 함께 머무시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곧 시작할 공생활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이에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공생활을 앞두고 광야로 가셔서 단식하며 기도하셨던 예수님을 모범 삼아,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하느님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을 때 광야로 가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것이 그리스도교의 전통으로 전해져 오늘날의 ‘피정’이 된 것입니다.

피정은 하느님과 나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이뤄지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피정은 하느님께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나를 이 세상에 내시고 나를 속속들이 아시면서 나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의 뜻과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피정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떠나라!”입니다. 자신의 여러 내적, 외적 집착에서 떠나라는 것입니다. 모든 소란한 주위 환경과 일에서 떠나고, 외적으로, 내적으로 매여 있는 모든 일에서 떠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는 데 좋은 마음 자세입니다.

둘째, “향하라!”입니다. 자신을 매어 놓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비워서 자신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빛이 스며들 수 있도록 마음의 초점을 계속 하느님께로 맞추는 것입니다.

셋째, “맡기라!”입니다. 내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먹구름 속에서도 태양을 믿듯이 피정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결국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것임을 믿고 맡기라는 것입니다.

넷째, “응답하라!”입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피정 중에 만난 하느님의 빛과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돌아보며 그에 대한 나의 응답을 드리는 것입니다. 작고 소박한 응답이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나와의 눈 맞춤과 주고받는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피정!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의 눈 맞춤과 사랑 맞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과의 눈 맞춤과 사랑 맞춤을 통할 때 진정한 평화와 휴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쁜 세상사에 몸도 마음도 지치고 산란할 때, 나도 모르게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졌다고 느낄 때, 피정! 모든 걸 멈추고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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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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