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05. 넷째 계명⑥(「가톨릭교회 교리서」 2232~2257항)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만약 지금 우리가 노예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나에게 주인의 폭력이 싫어서 탈출한 노예가 숨어들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오로 사도도 이와 똑같은 상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필레몬이라는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스를 감옥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오네시모스는 바오로를 통해 참 하느님을 알고 바오로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네시모스를 주인 필레몬에게 돌려보냅니다. 바오로는 “그를 내 곁에 두어, 복음 때문에 내가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그대 대신에 나를 시중들게 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대의 승낙 없이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필레 1,13-14)라고 말합니다.

노예 제도는 분명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주님의 가르침과는 어긋납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로마 13,1-2)라고 말합니다. 가톨릭 교리도 “공권력 밑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윗사람들을 하느님 은혜의 관리자로 그리고 하느님의 대리자로 보아야 한다”(2238)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정권에 저항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명동성당에 피신해 있던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잡아가려면 우리를 넘고 가십시오”라며 저항하였습니다. 이는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이나 기본 인권이나 복음의 가르침 등에 어긋날 때, 시민들은 양심적으로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2242)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 사회 권위에 순종하고 언제 저항해야 할까요? 교리서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넷째 계명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그 공권력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의무도 밝혀준다”(2234)라고 말합니다. 사회의 권위와 교회의 권위는 부모와 자녀 사이처럼 바라보아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권위를 하느님께서 주신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만 하느님 뜻이 명확하게 부모의 뜻과 어긋날 때 우리는 하느님 뜻을 따르기 위해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을 의무가 생깁니다. 부모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녀를 “기쁨과 감사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여야 합니다.”(2233)

법도 민법이나 형법이 헌법을 바꿀 수 없듯, 하느님의 법이 내리면 다른 권위는 힘을 잃습니다. 결국 모든 권력은 주님으로부터 오지만, 그 권위의 차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교회는 우선 “세금 납부와 투표권 행사, 국토방위 등의 의무”(2240)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 22,21)라는 말처럼 마치 별개의 권위처럼 하느님의 뜻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2245) 예수님께서 바오로 사도에게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라고 하셨던 것처럼, 교회가 그리스도의 소명을 수행할 때는 교회가 곧 그리스도의 권위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2-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2. 1

마태 7장 7절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