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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들이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
“최근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을 잡아가는 일이 있었어요. 그동안은 산업 현장까지 들어와 단속하는 경우는 드물었거든요.”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정부 관계부처의 합동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이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부위원장 섹 알마문(49)씨는 “인력난 등 사회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라며 “오히려 단속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민이 다치거나 사망한 과거의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인권단체 또한 즉각 반발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갈등과 반목밖에 없는 정책을 다루며 사회통합에 꼭 필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태에는 법무부의 2023년 5대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인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이하 계획)’이 배경이 됐다. 미등록 외국인 수를 5년 내 20만 명 이상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경찰과 협업해 상시 단속하고, 입국규제 면제 등을 통해 미등록 외국인의 자진 출국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 연유에 대해 법무부는 “사증(비자)면제 협정 등이 지난해 4월 이후 재개되면서 미등록 외국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기준 미등록 외국인 수는 41만 명대다.
이주인권단체가 제시한 대안은 ‘노동허가제’ 전환이다.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가 한국에서의 일할 권리를 허가받는 제도다. 현재는 주체가 반대인 고용허가제가 적용되고 있어,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이주노동자가 직종을 변경할 수 없다.
제주교구 이주사목 나오미센터 김상훈(안드레아) 사무국장은 “사업주로부터 오는 학대나 불공정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가면 미등록 외국인이 되는 실정”이라며 “정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궁극적으로는 미등록 외국인 수까지 줄일 수 있도록 노동허가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예지 상근변호사도 “미등록 이주민이라고 하여 인간의 기본권까지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단속되는 것이 두려워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이주민 정책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노동 착취, 임금체납 등 미등록 외국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인권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해 그 수를 줄여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혜택으로써 출국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권 친화적”이라고 제언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단속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안전사고 예방하는 등 외국인의 인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한편, 제도 보완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ㆍ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