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39) 숲은 효과 높은 자연 운동장
▲ 출처=OSV |
주말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아직 쌀쌀한 숲길을 걷는데 중년의 여성분이 맨발로 가고 있다. 땅이 아직 차가울 텐데 맨발 걷기를 하는 이유가 흥미로워 물었다. 불면과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이분은 일 년 전쯤부터 맨발 걷기를 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아 하루도 빠짐없이 주로 이곳에서 맨발 걷기를 한다고 한다. 동네 뒷산이든 명산이라 불리는 높은 산이든 사람들이 숲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를 비롯해 많은 학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왜 숲을 찾는가에 관심을 두고 조사를 많이 해 왔다. 이런 ‘휴양 동기’를 알아야 방문객에게 만족스러운 환경을 제공하고, 그래야만 방문객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원이나 휴양림과 같은 여가 시설을 개발할 때나 관리 운영할 때 이 ‘동기’에 관한 연구는 기본적이고 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들이 숲을 찾는 이유가 가지각색이지만 구별해 보면 어느 나라이든지 어떤 집단이든지 ‘일상의 스트레스 회복’과 ‘건강증진’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나 자신 역시도 스트레스와 건강을 위해 숲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앞에 소개한 분과 같이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서 실제 숲을 다니며 건강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럼 어떻게 숲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까? 먼저 가장 기초적인 답은 숲에 가면 육체적 활동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많은 병은 육체적 활동이 부족해서 생긴다. 비만이나 심장병 같은 육체적인 질병은 물론이고, 불면과 같은 정신적인 질병도 운동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숲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다양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의 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의 오르막과 내리막길 모두 각기 다른 효과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숲길을 올라갈 때는 혈중 지방이 소모되고, 반대로 내려올 때에는 혈당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또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모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었다고 한다.
숲에서의 운동과 실내 트레드밀에서의 운동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도 재미있다. 당연하겠지만 숲에서 운동을 한 사람들의 심리적 만족은 훨씬 더 높았고 육체적 운동 면에서도 효과가 컸다고 한다. 숲은 사람들을 육체적으로 많이 움직이게 하는 장소이다. 다양한 지형의 숲길을 스스로 움직여 걸어야 한다. 다양한 지형은 다양한 운동 효과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숲에서 걷거나 등산을 할 때, 어느 곳은 평탄하고 또 어느 곳은 경사져 있다. 이런 지형에 따라 사람들은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운동 효과를 얻게 한다. 또 숲에서의 육체적 활동은 사람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한다. 한발 한발 움직여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은 성취감을 맛본다. 이런 즐거움은 실내의 트레드밀에서 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다. 숲에서의 운동은 지루하게나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해가 지난 지 이제 두 달이 된다. 올해의 결심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겠다고 결심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이 새해 결심의 굳건함이 서서히 약해지는 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독자분을 위해 직장이나 집 주변의 숲길 걷기를 추천한다. 모든 연구의 결과에 비추어보면 숲은 사람들에게 운동의 동기를 부여한다. 숲은 사람들에게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기와 같은 운동에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원섭(라파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