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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pixabay. |
살아가면서 근심과 걱정,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이다. 오죽하면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 세상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해소하느냐가 문제이다. 왜 우리 인간은 이런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려야 할까? 스트레스가 없는 세상은 정말 행복할까?
스트레스는 우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숲에서 거주했을 때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추위와 맹수들, 그리고 배고픔과 같은 위협은 생존과 직결되었다. 따라서 ‘이런 위협을 어떻게 극복하여야 할까?’하는 걱정이고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만약 인류가 스트레스란 생존전략을 갖지 않았다면 무서운 맹수의 위협에도 마냥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생존에 실패하였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의 맹수나 배고픔 같은 스트레스는 닥치지 않지만, 더욱 우리를 압박하는 다양한 스트레스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특히, 산업화한 도시 생활이나 직장ㆍ학교에서의 스트레스 수준은 심각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숲 생활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는 주로 눈에 보이는 것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따라서 그 상황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그러기에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대처하고 완화하는가?’가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한다.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캐플란은 ‘집중-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이란 학설을 제시하면서 숲을 비롯한 자연환경이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대처에 왜 효과적인지를 설명한다. 캐플란은 스트레스를 완화함에 있어 가장 주요한 조건을 네 가지로 내세운다. 스트레스 발원지로부터의 탈출해야 하고, 아름다운 곳이어야 하며, 어느 정도 면적이 확보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곳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숲은 이 네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적합한 장소라는 것이다.
많은 학자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증적인 실험이나 면담 등의 연구를 해왔고, 대부분의 결과는 이 이론이 제시한 가설이 맞음을 증명하였다. 그런 연구 중에 스웨덴의 하티그라는 학자의 실험연구를 소개해 보면 이렇다. 하티그는 일부러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극도로 유발하는 시험이나 계산 등을 수행시킨 후 세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음악을 듣게 하고 다른 한 집단은 도심을 걷게 했으며, 나머지 한 집단은 숲을 걷게 하였다. 이 실험 후 참여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했더니 숲을 걸은 집단의 스트레스 해소 정도가 가장 높았다고 보고하였다.
숲에는 캐플란이 제시한 네 가지 조건보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 해소 요인이 있다. 숲은 도시와 달리 자신의 능력에 맞게 스트레스에 대응하게 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아름다운 경관이나 자연의 냄새, 새소리와 물소리 같은 지연의 소리…. 이런 모든 요소가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근심과 걱정을 잊게 한다. 숲이 스트레스의 차단막이 되는 셈이다. 숲에는 상사의 지시도 없고, 업무를 독촉하는 전화도 없다. 숲에 있는 순간만큼은 우리 자신이 모든 주체이며 주인이 된다. 나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 나 자신이 결정하고 수행하는 진정한 나로서 존재한다. 이런 경험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을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주는 통로이다.
신원섭(라파엘,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