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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광헌씨가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거주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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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보금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곰팡이가 가득 핀 복도를 지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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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동 쪽방촌의 한 다세대 주택의 화장실. 하나의 화장실을 11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
겨울철 난방비가 급등하면서 쪽방촌 이웃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8도까지 오른 2월 24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14가구가 칸칸이 밀집한 한 다세대 주택에는 이날도 복도에 축축한 공기가 엄습했다. 매캐한 담배 연기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도 뒤엉켰다. 14가구를 위한 화장실은 단 하나. 잔뜩 찡그린 표정의 한 주민은 방금 세안을 마친 사람답지 않게 얼굴에는 불쾌감이 만연했다. 어느 때보다 추웠을 동자동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해에만 40여 명이 돌아가셨어요. 우울증을 앓다가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4명 장례를 한 번에 치르기도 했어요.”
동자동사랑방 대표 윤용주(요한 사도, 61, 후암동본당)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곳 주민들은 이번에 폭등한 난방비와 전기요금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에서 난방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윤 대표는 “난방비 지원금 지급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난방비 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과 세대원의 특성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쪽방촌 주민들이라도 65세 노인이거나 등록 장애인, 만 6세 미만, 임산부, 중증환자, 희귀질환자, 중증 난치질환자,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정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들의 형편은 말 그대로 어려움의 연속이다. 당장 윤씨의 1.8평 규모의 방 문턱을 넘으려면 키가 160㎝대인 취재진조차 허리를 숙여야 했다. 화장실인지, 현관인지 구분이 어려운 길목을 지나야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겨우 드러난다. 이들이 이곳에서 살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7만 원. 불과 3년 사이 월세가 10만 원 이상이 올랐다. 폭등하는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의 영향 때문이다.
쪽방촌 주민 백광헌(65)씨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간간이 돌아가는 공동 난방의 온기를 간직하려고 이불을 쌓아두고 지낸다”며 “눅눅해지는 이불 사이로 곰팡이가 피는 환경에서 10년 넘게 살다 보면 정신과 약을 안 먹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 안에 핀 곰팡이가 주민들의 마음까지 좀먹고 있는 형국이다. 백씨는 “월세 보조금이 나와도 집주인들이 그걸 알고 담합해 월세를 올리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서 나가라고 통보하는 경우엔 눈앞이 캄캄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빈곤사회연대 이재임 활동가는 “워낙 열악한 곳에서 거주하는 쪽방촌 주민들의 경우 비용 보조나 집수리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집다운 집’, 다시 말해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주택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어려움은 난방비 문제만이 아니다. 이들의 바람은 최소한 ‘사람답게 사는 환경’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부터 착공했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을 기다리고 있다. 한 주민이 호소했다. “우리가 그냥 집 달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월세 내고 살게요. 다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에 살게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