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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9) 오르막길 둘레길 내리막길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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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미 마을 뒷동산 오르막길 안내 팻말.



2020년 9월 말 고향으로 돌아와서 몇 개월 보내고 난 후 첫 새해를 맞이했다.

전·진·상(全眞常) 영성수련 7박 8일을 기획해서 집에서 개인 피정을 시작했다. 8일간의 식단을 미리 짜놓고, 규칙적인 몸 기도, 산책, 청소, 시간전례(성무일도, Divine Office), 미사와 다섯 번의 기도 시간을 포함한 일정표에 따라 수련을 시작했다.

첫째 날 △몸과 마음의 긴장 풀기를 시작으로 △오감으로 창조세계 관상 △타격아(打擊我, 포기) △타도아(打倒我, 겸손) △타사아(打死我, 순명) △온전한 비움(全牲) △진실한 사랑(眞愛人) △항구한 기쁨(常喜樂) △삶의 자리에서 참 행복(眞福八段)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에 관한 성경 구절들을 묵상했다.

넷째 날, 버림과 따름에 대해 묵상을 하다가 뒷동산 산책길 이름이 떠올랐다. 뒷산은 세 가지 형태의 길이다. 오르막길이 15분, 평평한 둘레길이 10분, 그 후 내리막이 10분 정도이다.

오르막은 숨을 헐떡이며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일어나고, 둘레길은 안정되고 평탄한 쉼의 여정, 내리막은 비우고 내려놓아 또 다른 형태의 삶을 누리는 순간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길과도 같고, 영적 여정과도 어울린다.

그리스도인들이 회심하여 세속적인 가치를 벗어나 하느님께 의탁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영적 성숙의 여정, 성덕, 진보의 3단계가 떠올랐다. 정화의 길, 조명의 길, 일치의 길이다. 이 여정은 모든 그리스도 신앙인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성령에 자각된 자아는 이 길을 걷고자 한다.

보나벤투라(1217~1274)는 정화되고 싶다면 양심의 가책에 의지하여 자신을 단련시키라고 한다. 조명되고 싶다면 지성의 빛에 의지하여 죄를 용서받았음을 드러내라고 한다. 완전한 일치를 얻고 싶다면 지혜의 작은 불꽃에 의지하여 피조물에 대한 모든 사랑을 우리 마음에서 남김없이 뽑아버리라고 한다.

세 가지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묵상(독서), 기도, 관상이라고 말하고, 내적 여정의 목적은 평화의 안식(좌품천사), 진리의 빛(케루빔), 사랑의 감미로움(세라핌)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꼬미마을 뒷동산 오르막길에서 몸과 마음과 영혼의 정화를 꿈꾼다. 지은 죄 때문에 수치스러워하며, 유혹에 맞서 싸우고, 적극적으로 십자가 따름을 열망한다. 둘레길, 조명의 길에서 고통을 받고 계신 분이 누구신지 생각하고 믿음으로 자신을 내맡기며, 깊은 통찰력을 갖고, 용서받은 잘못에 대한 은혜의 빛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내리막길을 걸어가면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희망하며, 영혼의 친교 안에서 늘 주님을 열망하며, 기뻐하고 매달리고 있음을 고백한다.

피정을 마치고 왕복 길을 안내하는 팻말을 세웠다. △오르막 : 정화의 길, 포기의 길, 십자가의 길 △둘레길 : 조명의 길, 겸손의 길, 부활의 길 △내리막 : 일치의 길, 순종의 길, 육화의 길이다.

꼬미마을은 이제 우리만의 공간을 넘어서서 지친 영혼의 쉼터, 안식처가 되고자 한다. 지금은 관솔과 함께하는 쉼 & 회복 여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산길을 오를 때마다 성모님처럼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



김광숙(노엘라)

▲ 김광숙 노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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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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