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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생활] (9) 은퇴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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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리 수녀



중장년이 되면 가장 중심이 되는 화제는 ‘은퇴 이후의 삶’입니다. 은퇴 후 연금이나 생활비가 보장되어 있지 않으면 노년기를 맞이해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제2의 직종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신들에게 고려하는 제2의 직종을 물어보면 남성의 경우 조기 은퇴자가 가장 많이 준비하는 분야로 공인중개사를 꼽습니다. 60대 이후의 유망 직종은 경비 직종이지만 이마저도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 취업의 문턱은 매우 높습니다. 여성들의 경우는 생활지원사나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 직종에 많이 지원하고 있으나 업무의 강도가 높아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체력적 한계가 따른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여가와 문화생활, 개인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일자리를 찾는 것과 같이 노후와 건강을 대비하여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물건을 쌓아놓게 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들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수납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주거 문제와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주거 복지사를 활용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령화 사회는 노년의 삶을 위한 서비스 확장을 요구합니다. 노년기의 삶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생활 전반을 설계하는 직업이 노년 플래너입니다. 경제 상황이나 정서, 노후 계획에 대해 파악하고, 적합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노년 플래너를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해 전문가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고령화에 따라 노인 관련 전문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노년 플래너가 일할 수 있는 분야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바오로 형제는 은퇴 후 몇 년 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굴이 굳어져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거울을 다시 보게 되었고 출근하기 위해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마음을 새롭게 하는 순간이 일과 중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형제가 젊을 때는 체면이나 다른 사람 이목 때문에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형제는 오늘날 “나이가 들수록 무슨 일이든지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익숙해진 삶에서 벗어나 오늘 우리가 현존하는 이 세상의 진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성찰이 요구됩니다. 다른 이를 향한 사랑은 모든 이의 마음속 깊이 유대감을 만들고 존재의 폭을 넓혀 줍니다. 교회의 생명과 성덕에 속한 우리가 젊어질 때 교회도 젊어집니다. 우리의 희망이시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신 그리스도께 희망을 둡시다. 그분은 살아 계십니다. 그분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은 젊게 되고 새로워지며 생명으로 충만해집니다.”

노인은 젊음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젊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노년이 아니라 믿음과 희망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눌 때 내적인 완성의 길로 나아가게 되고 빛나는 노년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진리(베리타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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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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