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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사순 제3주일 - 당신 향한 마음 한결같이 안아 주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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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적인 모습을 보아 주십니다. 루카복음 18장에 보면 세리가 성전에 올라가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바리사이는 그가 세리이고 죄인이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세리의 마음을 받아 주십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보아 주십니다.

또 루카복음 19장에 나오는 자캐오는 예수님을 보려고 나무에 올라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그를 내려오라고 하신 다음 그의 집에 가셔서 함께 식사하십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는군” 하고 투덜거리지만, 예수님은 자캐오의 마음 안에 회개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보아 주십니다.

욥도 사람들이 볼 때는 불행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마음 안에는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욥기 19장 26절에서 욥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 살갗이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이 말씀을 듣고 이지선씨의 모습이 떠올랐는데요. 이지선씨는 음주 운전자가 낸 사고로 3도 화상을 입고 예전의 모습을 잃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좀 길지만 인용하겠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등이 아파서 벽에 기대야 했기 때문에
모두 앞으로 나와 기도를 하는데도 저는 맨 뒷자리에 있었어요.
그러나 내 마음은 주님 제일 가까이,
십자가 바로 밑에 엎드리고 있었답니다.

다들 찬양하는데 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잇몸이 다 내려앉을 것 같이 당기는 턱 때문에
도저히 입을 벌려 찬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주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지 말아주세요.
너무나 못난 얼굴을 갖게 되었지만,
예전처럼 예쁘게 화장도 못 하지만,
이 마음은 그 누구보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스물네 살 여자입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쯧쯧쯧...” 불쌍하다 하지 말아주세요.
누가 봐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불행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이 행복한 천국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외모가 아닌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는 주님,
나는 그래서 하느님이 더 좋아요.

내 부족한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보시는 주님,
나는 그래서 하느님이 좋아요.

이지선씨가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힘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적인 모습을 보아 주시고, 내적인 변화에 기뻐하시는 하느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힘들 때마다 힘이 됐던 구절도 다음과 같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2코린 4,16)

실제로 이지선씨는 사고 후에 외적인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말씀대로 내적 인간은 새로워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됐고, 가족과 주변 신앙인들의 기도와 관심을 받으며 따뜻한 사랑을 체험합니다. 또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며 더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됐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자기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을 전하고 그 일에서 하느님의 도구로 쓰였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적인 모습에 상관없이 한결같이 자신을 사랑해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합니다. 이러한 체험 때문에 그녀는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인의 외적인 모습은 유다인에게 멸시받는 사마리아인이었고, 여러 남자를 거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도 갈망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 마음을 보아 주십니다. 그녀보다 먼저 갈망하셨고, 그 여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에 우물가로 나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비밀을 헤로데 왕에게도 말하지 않으셨고, 최고 의회에서도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이 자신의 정체를 밝힌 사람은 인적 없는 우물가에 물을 길으러 나온 여인이었습니다. 그 순간 여러 남자를 전전하며 살아온 수치가 사라졌고, 보잘것없는 인생이 높여집니다. ‘하느님이 오셨고, 하느님이 여기 계시고, 하느님이 보잘것없는 내게 마음을 쓰신다’라는 큰 사랑이 감동으로 밀려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외적인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치 않으십니다. 당신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보아 주시고, 우리의 보잘것없음을 더 큰 사랑으로 안아 주십니다. 그런 하느님께 대한 갈망을 품고, 그분께 마음을 향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요한 세례자 신부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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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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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나에게 지은 모든 죄에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들이 나를 거역하여 지은 모든 죄를 용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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