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저출산 원인은 뭘까요?
바오로: 치열한 경쟁사회 때문이죠. 그래서 출산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에 자원을 투자해 본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낫다고 여기게 되죠. 양육과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것도 요인입니다.
루치아: 공감합니다. 한국사회는 심리적인 강박과 밀도가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그런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도 해요.
마리아: 한국사회에 퍼진 불행감 때문이에요. 중남미는 경제수준이 낮아도 행복감과 출산율이 높잖아요?
비신자1: 결혼에 대한 강박감도 있어요. 성취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죠. 그러니 결혼을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신자2: 결혼은 기성세대에게만 소중합니다. 세상이 바뀌었어요.
비신자3: 프랑스에서 동거를 가정의 한 종류로 인정하듯, 한국도 변화된 가치관에 맞는 제도가 필요해요.
■ 0.78
이상의 대화는 책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조영태·장대익 외 공저)을 일부 요약한 것입니다. 사회학·심리학·생물학·인구학·역사학 분야의 저자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저출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 세계 최저 수준이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고 전망됩니다.
결혼과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 변화, 높은 주거부담과 사교육비로 인한 결혼 진입의 어려움, 부부들 고용 유지와 육아의 어려움, 세대 간 시각 차이 등이 요인으로 꼽힙니다. 대통령이 3월부터 관련 회의를 직접 주관할 정도로 사안은 심각합니다.
■ 외국의 사례
일부 국가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극복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보육시설과 육아돌봄 정책의 확대, 육아휴직 보장, 맞벌이 가정에 대한 다양한 수당과 세제 지원을 통해 프랑스(2020년 합계출산율 1.83), 독일(2020년 합계출산율 1.53)은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가톨릭 성윤리와 다소 상치되지만 동거 커플에게도 법률적·제정적 지원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혼외자 출산율을 보면 프랑스가 60.4,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영국 등이 50를 상회합니다.
어찌됐건 이런 국가들의 안정적 정책 운용 결과로 부부들은 고용안정 속에서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정부를 신뢰하게 됐으며, 사회 안에서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됐습니다.
■ 결혼과 출산의 영적 가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장기적·효율적 정책 실행과 인식 개선이 무척 중요합니다. 가톨릭교회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가정과 생명, 혼인의 중요성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프랑스 사례에서 보았듯 결혼과 가정에 대한 새로운 상황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출산의 생물학적 의미만이 아니라 영적 차원도 중시합니다. 요컨대 생명은 하느님에게서만 오며, 부부의 결합은 출산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셨음에 기초하고, 그래서 출산만이 아니라 가정과 결혼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앞으로 신앙 공동체가 생명과 가정에 대해 어떻게 대화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 이 주제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생명의 봉사자인 부모는 다른 어떤 측면보다 출산의 영적 차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성과 모성이란 본질상 육체적인 책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책임까지 의미하는 것이다. 참으로 이러한 책임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 그 영원한 시작이 있고 또 반드시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도록 이끄는 인간의 출생 계통이 이어지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237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