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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내쳐져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울 임금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15) 사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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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첫 번째 임금 사울이 하느님께 버림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그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은 질투심에 휩싸인 사울이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칭송받고 있는 다윗을 창으로 죽이려 하고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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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법 가운데 ‘헤렘’이라는 율법이 있습니다. 헤렘은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민족과 싸워 이겼을 때 남녀노소는 물론 가축까지 전멸시켜야 한다는 법입니다. 또 노획물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므로 함부로 사적으로 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헤렘을 어기는 것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중죄였습니다. 현대인의 사고로는 반인권 야만의 학살 행위인 헤렘을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으로 지킨 이유는 하느님께 대한 순수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차지하러 들어가려는 땅으로 너희를 데려가시고, 많은 민족, 곧 너희보다 수가 많고 강한 일곱 민족인 히타이트족, 기르가스족, 아모리족, 프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실 때, 그리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그들을 너희에게 넘겨주셔서 너희가 그들을 쳐부수게 될 때, 너희는 그들을 반드시 전멸시켜야 한다. 너희는 그들과 계약을 맺어서도,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도 안 된다. 너희는 또한 그들과 혼인을 해서는 안 된다. 너희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지도 말고, 너희 아들에게 주려고 그들의 딸을 맞아들여서도 안 된다. 그런 짓은 너희의 아들이 나를 따르지 않고 돌아서서 다른 신들을 섬기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주님의 진노가 너희를 거슬러 타올라 주님께서 너희를 곧바로 멸망시키실 것이다. 오히려 너희는 그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그들의 제단들을 허물어뜨리고 그들의 기념 기둥들을 부수며, 그들의 아세라 목상들을 찍어 버리고 그들의 우상들을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이는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며,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선택하시어 땅 위에 있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너희를 당신 소유의 백성으로 삼으셨기 때문이다.”(신명 7,1-6)
이스라엘 영도자 사울이 하느님께 내쳐진 이유도 헤렘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왕이 된 후 두 번째로 치른 아말렉족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둡니다. 그는 아말렉 임금 아각을 생포하고 가축과 재물을 노획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헤렘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사울과 그의 군사들은 아각뿐 아니라, 양과 소와 기름진 짐승들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들과 새끼 양들, 그 밖에 좋은 것들을 모두 아깝게 여겨 완전히 없애 버리지 않고, 쓸모없고 값없는 것들만 없애 버렸습니다.(1사무 15,9)

사울의 이 행위에 예언자 사무엘은 크게 노합니다. 사무엘은 사울이 하느님의 말씀을 배척했기 때문에 주님께서도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면서 아말렉 임금 아각을 난도질해 죽여버립니다.(1사무 15, 23-35 참조) 그리고 사무엘은 죽는 날까지 사울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예언자가 떠난 것은 하느님께서 떠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사울은 하느님께 버림받은 인간, 질투의 자아에 갇혀 방황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울은 세 번째로 엘라 골짜기에서 필리스타인들과 전투를 치릅니다. 다윗과 골리앗이 이 전투에 참전합니다. 18세 청년이던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비밀리에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습니다. 사무엘기 상권 마지막 부분(18─27장)은 다윗과 사울의 대립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죽인 후 이스라엘의 미래 왕으로 등장합니다. 다윗은 가는 곳마다 성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여인들은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1사무 18,7)라며 다윗을 찬양했습니다. 이것은 사울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급기야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 했고, 다윗은 사울을 피해 적인 필리스타인 진영으로 망명했습니다. 

사울의 네 번째 마지막 전투는 필리스타인 군대와 벌인 길보아 산 전투입니다. 길보아 산은 오늘날 제린(zerin)으로 불리는 이즈르엘 근처에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사울의 세 아들 요나탄과 아비나답, 말키수아가 전사합니다. 그리고 화살을 맞고 심하게 다친 사울은 자기 칼을 세우고 그 위에 엎어져 자결합니다. 왕을 잃은 이스라엘 군대는 크게 패했습니다. 필리스타인인들은 사울의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벳 산 성벽에 매달아 승리를 자축했습니다.(1사무 31장 참조)

사울이 하느님께 버림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순전히 그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사울은 하느님을 신뢰할 줄도,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 관계 안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이해할 줄도 몰랐다”고 평합니다. ‘불순종’과 ‘자만’이라는 근본적인 죄가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성경학자들은 “하느님께서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한 사울의 행위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결론짓습니다.(「성경 역사 지도」 89쪽 참조)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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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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