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한 성당에서 성탄 대축일 미사가 봉헌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자리에 낯선 손님(스님)이 보입니다. 미사가 끝날 무렵 제단 앞으로 나와 성탄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박수가 쏟아집니다.
몇 달 뒤 부처님 오신 날. 가톨릭교회 성직자가 화환을 들고 절을 찾아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따뜻한 박수가 퍼집니다.
여긴 정교회 주교좌대성당. 로만 칼라를 한 부제들이 정교회 주교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경청하는 얼굴들이 사뭇 진지합니다. 해마다 전국 대신학교 부제들이 ‘불교’, ‘원불교’, ‘이슬람교’, ‘성공회’, ‘정교회’ 등 이웃 종교를 탐방합니다. 사제품을 받기 전에 이웃 종교와 타 교파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종교 간 분쟁이 거의 없는 다종교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 신자인 우리는 이웃 종교, 타 종파에 대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요?
먼저 가톨릭교회는 이웃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을 그 어느 것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또 그들의 생활양식과 행동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것과는 좀 다르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톨릭교회의 진리와 가르침을 다른 종교나 문화적인 가치와 혼동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온 인류의 창조주시고,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보편적 사랑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같은 기원을 갖는 인류는 하나의 가족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이웃 종교인을 포함해 모든 민족들 안에 뿌려져 있다고 여기며, 그들의 종교를 존중합니다. 또한 이런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종교의 자유와 사회 정의, 인간 사랑과 같은 공동선을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역사 안에서 분열된 그리스도교를 다시 새롭게 일치시키려는 노력에도 힘을 기울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원래 하나의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여러 분파로 갈라졌습니다. 먼저 1054년 성화상 논쟁으로 동서가 갈라져 동방 정교회와 서방 가톨릭교회로 분열됐습니다. 그리고 1517년에는 마르틴 루터를 중심으로 일어난 종교 개혁으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갈라져 나갔습니다. 이를 우리는 개신교회라고 부릅니다.
개신교회는 또 교리 논쟁과 사상적 분쟁으로 루터교,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성결교, 침례교 등 다시 다양한 교파로 나뉘어졌습니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일치와 협력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요한 17,21)라고 하신 예수님의 기도에 응답하는 길입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해마다 1월 18일부터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한국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공동 기도회를 갖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한 분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하고 함께 기도하며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은 그리스도교 일치의 첫걸음입니다.
○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아버지께 기도하신 대로 주님과 아버지께서 하나이시듯 주님을 믿는 모든 이가 하나 되기를 바라셨나이다.
● 저희는 같은 믿음으로 세례를 받고 같은 주님을 모시면서도 서로 갈라져 주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나이다.
○ 이제 저희는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하나가 되고자 하오니
● 저희를 도와주시어 미움과 불신을 버리고 진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소서.
◎ 아멘.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
※QR코드를 찍으면 ‘가톨릭 영상 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ㆍ가톨릭평화방송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