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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사랑의 군중’ 영원히 기억해야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3. 군중심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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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집단 속에 있다면 선한 사람이라 자부해도 나의 신념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묵상해보자. pixabay 제공


“그는 선한 사람이오.” “아니오. 그는 군중을 속이고 있소.”(요한 7,12)

분분한 의견이 나온다. 그가 죄 없음을 확신했던 사람들은 질세라 소리를 높인다. ‘그는 남을 속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반대편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 19,6) 수많은 무리들이 미친 듯이 외쳐댄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 19,15) 위협감과 공포감이 느껴지고 두려움과 분노가 출렁이면서 동조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어느새 모두가 증오의 군중이 되어 동물처럼 “큰 소리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다그치며 요구하는데, 그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루카 23,23) 개인은 그렇게 무리 속에 묻히면서 군중의 흥분된 외침이 불의를 폭로하는 정의라고 믿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의 정체다. 내가 만약 이 집단 속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는 선한 사람’이라는 나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까?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은 “인간은 혼자일 때는 교양 있는 개인일 수 있지만,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란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는 “개개인 각각은 매우 똑똑하고 이해력이 있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바보로 변한다”고 말한다. 집단 속에서는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같은 집단에서 서로 동조하면서 같은 신념으로 소속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린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내 편이 많을수록 안전하다. 아무리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갖춘 아름다운 성에 산다고 해도 혼자라면 무서운 일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말로 표정으로 서로 공감하며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뇌 과학자의 여러 실험결과에 의하면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 우리 뇌에서는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육체적 통증까지 느낀다고 한다. 심하면 화상을 입었을 때의 고통과 유사하다고 한다.

군중 속에서 다른 신념을 가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체포되자 그분을 믿고 따르던 수많은 사람은 물론 제자들까지 뿔뿔이 흩어졌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예수님을 따랐던 베드로는 세 번이나 그것도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부정한다. 베드로에게도 사회적 왕따는 바로 죽음과 같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가브리엘 타르드는 활동하는 군중은 사랑과 증오의 군중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서로 공감하고 싶다는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랑의 군중은 축제와 기쁨을 나누는 군중이다. 반면에 증오의 군중은 폭동이나 혐오와 증오의 감정을 부추기는 군중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은 과거의 군중과 달리 육체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하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고 흩어져 있어도 대중매체를 통해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다. 특히 온라인 공간은 시간과 공간을 제약받지 않아 빠르고 쉽게 소통한다. 익명의 공간에서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시선을 끄는 폭로성 이슈들이 연일 터져 나온다. 폭로의 행위는 정의롭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동조는 순식간에 혐오와 증오의 감정으로 감염된다. 지금도 SNS 광장에서는 나의 신념과 다른 불특정 다수를 향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외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난, 어떤 집단에 서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게 증오의 군중 속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기억해야 할 군중이 있다.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 당시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123만 명이 태안으로 몰려갔었다. 생태계를 회복시킨 기적을 이뤄낸 군중,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위대한 군중이었다. 영원히 마음에 간직해야 할 사랑의 군중이다.


영성이 묻는 안부

미국의 성공철학으로 유명한 짐 론(Jim Rohn)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자주 만나는 사람의 평균값이 내 인격, 내 정체성이라는 말인데요. 가끔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돌아보면 어떨까요? 어떤 연예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한창 주식을 할 때는 주식하는 사람들만 저의 주변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신앙에 눈을 뜨고 기부를 하다 보니 기부천사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집단이며 군중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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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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