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돈을 써봤자 효과가 없다는 것은 ‘청년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말처럼 청년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진형: 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애들을 좀 안 낳아 줘야, 제 생각에 5년에서 10년 정도 안 낳아 줘야 저희 세대들이 정신을 차릴 겁니다.(3월 14일 MBC 100분 토론 ‘출산율 0.78의 공포’)
■ 발등에 떨어진 불
15년간 280조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효성이 없었기에 출산율 정책에 대한 논쟁이 거셉니다. 그러나 다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합니다. 또한 예산집행이 적재적소에 이뤄졌는지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요컨대 예산을 많이 쓴 것도 아닌 데다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추가 정책들이 제시됩니다. 아동수당 증액과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 강화, 스웨덴식 남성 육아휴직 제도(연간 90일) 도입, 재택근무 확대 등입니다. 물론 단순히 지원금 인상만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출산과 육아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강화처럼 사회의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 학원 보내느라 가족을 못 보는 나라
저출산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도 거론됩니다. 2022년 대한민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26조 원, 사교육 참여율 78.3(초등학생 85.2), 학생 1인당 월평균 41만 원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성당 미사나 교리교육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학원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신앙교육, 가족·친척과의 만남도 점차 사라집니다.
사견이지만 학원에 가서 행복하다는 아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을 가겠다고 가는 게 아니라 각박한 현실과 경쟁 때문에 가는 겁니다. 물론 사교육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치열한 입시, 전쟁 같은 취업 상황, 낙오와 도태를 생각하면 학원을 한 군데라도 더 다니는 게 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정작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고 사는 건 아닐까요? 바로 공동체입니다.
■ 절실히 회복해야 할 공동체
저출산과 관련해서 언급해야 할 것은 바로 ‘공동체의 와해’입니다. 공동체란 가정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곳이 공동체입니다. 공동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서로를 이웃과 동반자로 여기는 마음이지요. 함께 살아가는 것은 힘들 때도 있고 인내와 양보, 헌신과 배려를 요합니다. 그러나 경쟁과 승자독식, 성과에만 몰두해서 가족과 이웃, 함께 사는 삶을 잊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는 이런 공동체 경시 풍조에서 비롯됐습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여건도 어렵고 늦었지만 삶의 동반자, 공동체가 필요할 것 같아서 결혼을 결심했답니다. 헌신과 희생을 감당한다는 그에게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국가 정책과 더불어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저출산 문제도 서서히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내 옆의 가족과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모든 참다운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선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과 이웃을 위해 선을 추구할 때 진리 편에 서게 된다. 자신의 선과 이웃의 선을 사랑함을 통해 인간은 공동선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안정된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150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