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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주인공, 진달래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4)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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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북 진천의 한 산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시절 교우들이 이 근처로 숨어들어 숯을 굽고 신앙생활을 했던 교우촌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보다는 본명이 더 익숙하게 불리었던 기억이 있다. 산촌 민가 주변이 다 그렇겠지만, 나의 고향 뒷동산에는 유난히 진달래가 많았다. 이때쯤 되면 온 산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붉은색으로 채색되었다.

동네 뒷산의 어귀쯤에 호랑이 바위라는 큰 바위가 있었고, 그 아래 조그만 공간이 있어 아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터였다. 특히 숨바꼭질할 때 숨는 아주 단골 장소였다. 내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날 저녁 무렵으로 기억된다. 숨바꼭질을 하는데 술래를 피해 나는 그 호랑이 바위 아래로 숨었다. 그날따라 재빨리 그곳으로 갔더니 나 혼자뿐이었다. 시간은 지나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술래의 찾는 기척은 들리지 않고 혼자 조그만 공간에서 있다 보니 어두워지고 불안하고 또 나 혼자 소외되었나 하는 불안이 몰려왔다. 그때 바위 앞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의 모습과 색깔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놀이 중 엄마들이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니 나머지 숨은 사람은 찾지도 않고 아이들이 그냥 집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나와 있는 소월의 진달래꽃을 외우며 공부할 때에도 늘 어렸을 때 혼자 남겨졌던 때 보았던 진달래꽃의 기억이 겹쳐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진달래꽃은 외로움과 애절함으로 남는다. 진달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이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키가 작은 나무이다. 보통 주변의 진달래가 다 같게 보이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며 변종도 생겨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이 넓은 왕진달래, 잎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 잎 표면이 윤이 나는 반들진달래, 한라산에서 주로 자라는 한라산 진달래가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과 함께한 진달래가 놀이와 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전놀이인데 3월 삼짇날 밖으로 나가 진달래로 전을 부쳐 먹고 춤추며 놀며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진달래는 꽃잎으로 술을 담기도 하는데 이를 ‘두견주’라고 한다. 중국에서 진달래를 두견화라 불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두견화의 전설은 촉나라의 네 번째 임금인 망제가 전쟁에서 패하고 나라를 잃었다. 그 슬픔에 죽은 망제가 두견새로 세상에 와 눈물을 땅에 흘렸는데 그 눈물이 떨어져 핀 꽃이 두견화이다. 진달래 하면 「삼국유사」의 헌화가가 생각난다.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에게 소를 몰고 가던 한 노인이 아름다운 진달래를 따서 헌화하며 불렀던 노래라고 전해진다. 물론 앞서 말한 소월의 ‘진달래꽃’은 온 국민이 사랑하는 시이다.

이때쯤 온산에 활짝 피어있는 진달래를 우리가 보기엔 아름답지만, 생태학자들에겐 그렇지만도 않다. 진달래는 척박한 토양과 산성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진달래가 왕성하다는 것은 울창했던 숲이 깨지고 토양 환경이 나빠졌음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달래와 비슷한 꽃이 철쭉이어서 많은 사람은 궁금해한다.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려면 우선 잎사귀를 보면 쉽다. 3월 중순부터 피는 진달래는 꽃을 먼저 피우고 이 꽃이 진 후에 잎이 나온다. 하지만 진달래보다 늦은 4월부터 꽃을 피우는 철쭉은 초록 잎이 난 후 꽃이 피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참꽃이라 하여 먹기도 하지만 철쭉은 먹지 못한다. 그래서 개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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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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