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4ㆍ3사건 발생 75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사건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는 자리가 제주와 서울 등 전국에서 열렸다.
제주교구 사회사목위원회는 3월 29일 제주4ㆍ3평화공원 내 4ㆍ3평화교육센터에서 ‘4ㆍ3과 신앙인의 삶’을 주제로 제2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을 개최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미사를 통해 2000년 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듯 용서와 화해, 정의와 평화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우리 그리스도인이 4ㆍ3 사건과 같은 아픔을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진정 한이 맺힌 사람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며 용서와 정(情)의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서 “4ㆍ3은 우리 마음 안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미사의 마음을 새롭게 일깨워준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후 참석자들은 4ㆍ3평화공원 내 위령광장으로 이동해 헌화와 참배를 한 뒤 기도를 바치면서 4ㆍ3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인 7일에도 문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 및 수도자, 평신도들은 4ㆍ3평화공원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서울에서도 제주 4ㆍ3사건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1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우리는 왜 제주4.3을 말하는가’를 주제로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에는 강우일 주교와 제주 4ㆍ3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소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작가, 제주신문에서 1988년부터 35년간 4ㆍ3 사건을 세상에 알려온 김종민 4ㆍ3위원회 중앙위원이 참여했다.
김종민 위원은 4ㆍ3사건에 대해 7년 7개월에 걸쳐 벌어진 복잡한 사건인 동시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평화롭다고 할 수 있는지, 오늘날 불안정한 삶을 사는 수많은 이들의 삶은 어떤지 함께 성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기영 작가도 “4ㆍ3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 3만 개의 개별 사건”이라며 “「순이삼촌」은 그때 희생된 사람들의 피와 살을 붙이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 “사람들은 성직자가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느냐고 질문하곤 하는데, 내가 믿는 하느님과 교회는 근본적으로 세상 가장 깊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주 4ㆍ3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에게 너무나 끔찍하게 남겨진 이 사건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건을 지금 세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되풀이될 것이며 끊임없이 그 진상을 알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