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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가 만드는 하얀 천국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9·끝)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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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한창 봄이 무르익고 햇살의 뜨거움을 느낄 무렵이면 이팝나무 꽃이 희고 아름답게 핀다. 꽃이 아름다워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몇 년 전 대전에 거주했을 때 자운대로 지나는 큰 도로를 지나갈 때면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이팝나무 가로수가 마치 터널을 이뤄 꽃 천국을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만큼 이팝나무 가지에는 마치 함박눈 송이가 달려있는 듯 꽃이 가득 피어있어 환상의 광경을 연출한다. 멀리서 보면 나무 한 그루가 솜사탕처럼 흰색으로 싸여있다. 이팝나무의 학명 역시 ‘키오난투스 레투사’인데 흰 눈이란 뜻의 ‘키온’과 꽃이라는 ‘안토스’가 합쳐진 흰눈꽃나무란 뜻이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흰 쌀밥 한 그릇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때가 있었다. 이팝나무의 꽃송이가 그릇에 담긴 흰 쌀밥 같다 하여 이밥나무라 했고,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고 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이팝나무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지금이야 쌀이 남아돌아 골치지만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쌀이 모자라 보리밥 혼식과 밀가루 음식을 장려했었다. 또한 수목학자 이유미 박사의 책에는 이 이팝나무의 어원을 꽃이 피는 시기와 관련돼 있다는 설도 소개하고 있다. 여름의 초입인 입하 때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이라 불리었고, 이것이 이팝나무로 변하였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팝나무가 쌀과 관련되어서인지 농사를 점치는 나무, 또는 기상과 기후를 점치는 신목으로도 알려져있다.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물이 풍부하고 그해 농사가 풍년이라고 점쳤다 한다.

이팝나무는 잎이 넓은 나무로 키가 큰 나무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데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 고향이 전라도와 경상도라고 한다. 이팝나무는 키가 30m가 넘게 자라서 이런 큰 나무에서 꽃이 피면 참으로 장관이다. 한번 피면 20일 정도 가고 향기도 은은해서 좋다. 이런 나무의 형태와 특성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가 꽤나 된다.

순천 평중리에 있는 이팝나무가 최초로 지정된 나무인데 천연기념물 36호로 보호받고 있다. 나무 나이가 500년쯤 되었다고 추정되는 이 이팝나무는 동네의 정자목이며 당산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북 진안에는 천연기념물 214호, 고창 중산리에 있는 183호, 김해 신천리에는 제186호의 천연기념물 이팝나무들이 있다. 진안 평지리에 있는 이팝나무 천연기념물은 1968년 11월에 제214호로 지정되었고, 몇 그루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천연기념물은 나이는 약 280살 정도이고, 높이는 13m 정도 되며 가슴높이 둘레도 2.52m까지 된다. 마령초등학교 운동장 담장 옆에 7그루가 모여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나무들은 심어진 유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경남 양산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86호 이팝나무는 170년 전 정씨 조상의 선조가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변에 콘크리트 공사 등의 피해로 자라지 못해 고사하는 바람에 지정이 해제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팝나무의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 매력적이라 이 꽃이 필 때면 전국 여러 곳에서 ‘이팝나무 축제’가 열린다. 5월쯤 아주 좋은 날씨와 기온 때문에도 많은 사람이 이 축제를 즐기러 나온다. 그중 30여 년 전통의 대전 유성 온천축제와 더불어 이팝나무 축제가 열린다. 온천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축제는 150여 그루의 화려한 이팝나무의 꽃과 더불어 거리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활동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원고를 연재해주신 신원섭 박사님과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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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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