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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24. 마을 노인회장님/사람생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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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37년생이신 꼬미 마을 노인회장님을 작은 현미경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회장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군대생활 3년을 제외하고 70년 동안 농사를 짓고 계신다. 농부는 자연의 순리에 가장 민감하고 잘 아는 분들이다. 하늘의 소식에 따라 씨앗도 뿌리고, 모종도 하고, 풀도 뽑고, 수확도 한다. 때를 맞추지 않으면 열매 맺은 작물도 낭패를 본다.

하늘과 땅을 존중하고, 그 일기(日氣)를 따라서 사셔서일까? 못 가져도 애달파하지 않고, 넘치면 나누고, 사람마다 선호가 다름을 존중하고, 높낮이 없이 평등심으로 사람을 대접하고, 마음이 우러나는 대로 살아가시는 분이다. 물질 만능과 자본주의 삶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한없이 부러운 모습이다. 회장님과 대화하다 보면, 생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임을 금세 알 수 있다.

회장님은 마을의 역사를 가장 많이 알고 계신 분이다. 멋 훗날 마을 역사관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리며, 회장님의 기억을 바탕으로 기초 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사실 고향에 한 번씩 다녀올 때는 마을 소식이나 마을 이야기가 그리 재미도 없었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귀향 후에는 꼬미의 ‘꼬’자만 들어도 귀가 쫑긋해지고 마음이 열린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을 회장님을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 유래와 묘지로 가늠할 수 있는 마을의 역사, 교통수단(배, 나루터와 주막, 버스), 경제생활(마을금고, 마을 구판장), 농작물의 변화(땅콩, 참외, 수박, 감자, 마늘, 양파, 고추 등), 사회적 변화(6ㆍ25, 새마을 운동), 놀이문화(짚공치기, 작대치기, 낫 꽂기 등), 낙동강 변의 변화(하천부지, 제방뚝), 집과 집터의 변화, 의생활, 식생활(디딜 방앗간), 자녀교육 등이다.

한 신부님께서 회장님의 프로필을 보내달라고 하여 기록하다가 깜짝 놀랐다. 1960년부터 2023년까지 활동하신 이력을 보고 세상에 이런 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새마을운동 전신인 재건국민운동 지도자 2년, 마을금고 회장 겸 총무 24년, 새마을 지도자 27년, 이장 9년, 노인회 총무 9년, 노인회장직을 5년째 맡아오고 계신다. 전 인생을 꼬미 마을을 위해서 투신하신 것이다. 그러한 만큼 마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지극하셨다.

이 회장님이 18일 ‘꼬미 관솔 갤러리’를 개관하신다. 83세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4년 동안 두 차례의 전시회를 열고, 마침내 갤러리 개관에 이른 것이다. 갤러리의 존재 이유는 관솔 작품 상설 전시뿐만이 아니다. 노후에 자신의 숨어있는 재능을 발휘하는 어르신들의 전시관이 되어 관솔 작품과 콜라보 전시를 정기적으로 열어 서로 맛나고 빛나는 삶의 터전이 되고, 노후의 삶이 보람되고 가슴 벅차오르는 어르신의 꿈이 펼쳐지는 곳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관솔 체험 학습장’, ‘자연 나눔(Sharing Nature)’, ‘쉼과 회복의 치유활동’, ‘관솔 피톤치드 피정’ 등의 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회장님은 농부이면서 관솔 작가가 되신 것이다. 회장님을 보면 100세 시대가 확실하다. 노후 삶의 한 모델을 보여주신 것이다.

꼬미 마을에 경사가 겹쳤다. 개관식과 동시에 축복 미사가 있다. 신자가 달랑 혼자였다가 두 달 전에 신자 부부가 이사를 왔다. 마을이 생긴 이래로 처음으로 미사가 열리는 것이다. 귀향의 꿈 중에 하나가 신자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었는데, 주님께서 뜻이 있으신 모양이다. “야훼 이레…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창세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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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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