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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25. 갤러리 출품/사회생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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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 관솔 갤러리 개관(87세, 관솔 작가 김태만)에 마을 어르신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기로 하였다. 80~90대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처음으로 갤러리에 작품을 출품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개인별로 캔버스 하나를 드리고, 그동안의 작품을 각자가 배치하게 했다. 작품 선정과 배치를 하면서 자기 작업에 몰두하는 분도 계시고, 이래저래 참견과 코치를 하시는 분도 계신다. “대실댁은 그림이 거꾸로네”, “삼대댁, 좀 더 안쪽으로 밀어 넣지, 바깥으로 나오잖아”, “오실댁은 그게 뭐꼬?”, “아지매, 똑같이 하면 재미없잖아요, 옆으로도 하고, 거꾸로도 하고, 밑으로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해요.”

일생을 한 마을에서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면서 내것 네것 그리 따지지 않은 분들이다. 없으면 얻어먹고,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온 한국의 시골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간직한 마지막 세대다. 사도행전의 첫 신자 공동체와도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두레와 품앗이의 정신이 살아있는 세대, 이 세대가 한 분 한 분 사라지고 있고, 하느님의 부르심이 가까이에 와 있다는 생각에 때때로 가슴이 먹먹하다. 날마다 오후에 모여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없으면 윷놀이하고, 저녁을 해 드신다. 제가 저녁을 해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저만 보면 꼭 저녁 먹고 가라고 밥도 일찍 하시고,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신경 써서 만드시고, 챙겨주시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다.

몇 년 전부터 마을회관에 평생학습 강사들이 오셔서 한글 공부, 체조와 요가, 한솥밥 프로그램,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교육을 했다. 각자 이름이 쓰인 가방 안을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책과 공책과 필통을 비롯하여 스케치북 그리고 작품들이 소복하게 들어있다. 지금까지 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어르신들의 이야기책도 있다. 몇 년 사이에 변화가 많았다. 함께 공부하고, 먹고, 놀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에 가신 분이 계시는 것이다. 시작할 때는 열 분이 넘었는데, 지금은 여덟 분 정도다. 이분들이 관솔 갤러리 찬조 출연 작가들이다.

작품을 선정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다. 작품 중에 어떤 것은 밑그림이 그려져 있고, 색칠만 한 것이 있다. 아무래도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어서 근사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개성이나 독창성이 없다. 어르신들은 당신이 그린 작품은 삐뚤빼뚤하니 미워 보여서 빼고 싶은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창작한 작품만 출품하자고 말씀드려도 계속 예뻐 보이는 작품을 캔버스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지금,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을 한 캔버스에 모아 공동 작품으로 출품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윈윈(win win)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작권 침해가 될까나? 작가님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냐시오 영성 기도 그룹원들에게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여드렸다. 어르신 본인은 빼고 싶어 했던 그 그림들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귀엽고, 정감이 가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의 주인공인 관솔 작가님의 작품이 이 어르신들의 작품 때문에 눈길을 끌지 못하겠구나 싶기도 하다. 주객이 전도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관솔 작가님과 한 마을에서 일생을 함께한 분들이 아닌가? 이 어르신 모두가 꼬미 관솔 갤러리 개관의 공동 주인공이다. 그래서 개관식 테이프 컷팅식에도 이분들을 모시려고 한다. 꼬미 마을 어르신들이시여, 다시 태어나도 이 마을에서 함께 삽시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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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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