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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신앙을 내 것으로 만드는 여정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9) 신앙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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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세례성사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되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혹자는 묻는다. 어떻게 세례성사만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하겠는가? 마술이나 신화와 같은 일이 아니라면? 실제로 세례성사를 받은 직후 성당에 나오지 않는 새 신자가 겪는 어려움이 그런 것이 아닐까?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긴 했는데, 달라진 것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종말론적’이다. 세례성사로 새로 태어났지만, 하느님 자녀로서 살아갈 새로운 삶은 나의 삶 안에서 완성해가야 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물려받은 교회의 신앙은 아직 나의 것이 아니다. 교회의 신앙이 나의 신앙이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많은 분이 자신을 ‘무늬만 신자’라고 고백한다.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할 때는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신자로서 거룩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성당 문을 벗어나는 순간 세속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신앙이 ‘남의 것’으로 머물러 아직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신앙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한 인격적 주체로 서는 것이며, 이는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는,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교회의 신앙을 자신의 것으로 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회가 가르치는 교리를 믿거나 미사 참례와 기도의 의무 등을 준수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 가족으로서의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며, 공동체가 공유하는 삶의 비전과 가치관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고, 공동체가 제시하는 윤리적 삶을 자기 것으로 삼음을 의미한다. 신앙이란 바로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께 자신만의 온전히 자유로운 응답을 드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교육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교회의 신앙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과정은 신자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교회의 삶과 일상의 삶을 오고 가며, 신앙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든다. 비가 내려 대지를 적시듯, 신앙은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활력을 주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한다. 때로는 내적 싸움과 갈등을 겪기도 하는데, 이는 신앙이 자신의 것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신앙이 과거의 삶과의 결별을, 과거에 좇았던 이념과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떠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랜 냉담을 하던 사람이 다시 성당에 나온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주일미사 참례를 위해 한두 시간 할애하는 것만이 아니다.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냉담의 삶을 접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종교적, 윤리적 삶을 살겠다는 결단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은 새로운 삶이며, 과거와 결별하는 고통을 동반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록 신앙은 성장하며 세상이 주지 못하는 기쁨을 선물로 준다.

이 대목에서 한 번 자문하면 어떨까. 나의 신앙은 진정 나의 신앙인가? 나는 신앙이 제시하는 삶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세속이 주는 즐거움을 더 좋아하는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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