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경북 고령군, 군내에 2000명이 채 안 되는 개진면, 면내에서도 작은 마을 꼬미에 새로운 부흥의 날이 올 수 있을까? 우선 마을에 사는 우리가 재미있을 것, 그다음은 나도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할 것, 마지막은 이 마을에 정착하는 것이다. 단순한 몇 가지 이유로 ‘고향 방문의 날(Home Coming Day)’을 기획했다. 우선 행사준비 기획팀을 꾸렸다.
일단 시작해 보자.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의 명단부터 만들었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서, 여러 골짜기를 거쳐 마지막 산을 넘으면 꼬맹이들의 희망터 작은 학교가 있다. 책 보따리 허리에 매고, 아침마다 동행하던 언니, 오빠, 동생들을 찾아냈다. 영동초등학교 1회 졸업생부터 학교가 폐교되어 면내 통합된 학교에 다닌 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이 등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이 마을이 고향인 사람들이다. 1차로 212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카카오톡 그룹에 120여 명이 초대되었다. 순간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고 감동의 눈물이 났다. 이렇게 출발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마을에 현재 사는 이, 살지는 않지만, 주말농장처럼 오는 이 등 80세 미만 청년들을 이래저래 엮어서 100만 원을 만들어 초대하기로 했다. 고맙게도 음식은 우리의 정성을 담아 솜씨 좋은 선배 언니와 후배가 담당한단다. 일요일과 광복절이 끼어 있는 8월 14~15일, 1박 2일. 첫 준비모임에서 회의적인 표현을 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누가 오겠냐?” “고향에 대한 관심이라도 있겠냐?” “10명도 안 올걸” 등등. 행사 시작도 못 하고 깨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 모임에서 부정적인 표현이나 초를 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삼아 간식용으로 벌금을 받기로 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당연히 어렵고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행사 내용은 각자 어릴 때 옛 사진전, 마을 역사와 관련된 퀴즈, 꼬사모(꼬미를 사랑하는 모임) 결성, 문화의 밤(영화 ‘집으로’ 상영), 부모님 산소 방문, 둥근 산과 달성보 산보, 춤과 노래 등이었다. 대략 참석 인원은 마을 사람들 포함해서 50명으로 잡았다.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초대장을 카톡으로 보내고, 행여나 싶어서 행정기관에도 알렸다. 군수님도, 도의원님도, 군의원님들도, 면장님도 오신단다. 우리끼리 옛이야기도 나누고, 어제와 오늘을 추억하며 정겹고 소박한 잔치를 생각했는데 행사가 커져 버렸다.
행사 참석자는 100명, 축하금이 1500만 원. 이래저래 꼬미 동네에 기적이 일어났다. 허물어져 가는 빈집들이 사람 향기나는 집으로 탈바꿈할 날들이 다가왔다. 꼬사모는 매년 Home Coming Day를 갖기로 했다.
“그 날에 주님께서 돋게 하신 싹이 영화롭고 영광스럽게 되리라.”(이사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