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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30. 집집마다 컴퓨터 세상 / 사람생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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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정책인 지식정보사회의 일환으로 전국으로 확산했던 정보화 마을에서도 소외되었던 꼬미 마을에 변화가 시작됐다. 에밀타케 연구가 정홍규 신부님으로부터 “꼬미 마을에 컴퓨터가 필요한가?”라고 묻는 전화가 왔다. 지난해 꼬사모(꼬미를 사랑하는 모임)가 결성된 후, 마을회관에 컴퓨터를 비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비용 문제로 미루어 둔 적이 있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돕고 계시구나.’ 대구대교구 은퇴 사제 박광호 신부님께서 중고 컴퓨터를 조립해 무상으로 나눠주신다는 것이다. 몇 대나 필요한가? 집집마다 쓸려면 20대 정도라고 말씀드렸다.

신부님께서 컴퓨터를 조립하고 점검해 놓겠다고 하셨다. 공동체 선배님한테도 자랑했다. 컴퓨터 공유로 변화될 꼬미 마을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마을도 지속해서 발전되고, 사람도 나날이 성장하는 마을을 꿈꾸니 손끝과 발끝에 힘이 주어진다.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는 토요일 오전, 일면식이 없는 박광호 신부님을 정홍규 신부님께서 동행해 안면을 터 주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 연대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다. 박 신부님은 정 신부님의 한 반 위 선배님이시란다. 안면부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사람과의 관계의 힘이고, 살아가는 맛이 나는 것도 사람의 향기임을 더 깊이 체험하는 시골살이다.

농사지은 복수박 몇 개를 들고 사제관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과 방마다 컴퓨터 관련 부품들이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22대를 조립하고 점검해 놓으셨단다. 2대는 혹시나 고장이 나면 교체해 주라고 하셨다.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외국어 성경 듣기와 성서공부 자료 등 고생 고생하며 만들어 놓은 온갖 자료들도 있다고 필요하면 준다고 하셨다. 아낌없이 나누는 신부님을 보면서 ‘인색함’이 과제인 나에게 메시지를 주시는 것 같았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는 말씀이 들려왔다.

마을회관에 수십 대 컴퓨터가 들어오니 어르신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시며 놀라셨다. 컴퓨터에 대해 알고 싶으신 어르신은 마을회관 컴퓨터로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구십 노인인 우리가 어떻게 컴퓨터를 하겠나?” 하신다. 그래도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 보시도록 하고, 놀라운 인터넷 세상맛을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85세 이하 모든 집에서 컴퓨터를 소장하게 되었다. 각자 쓰임새를 고려해서 컴퓨터를 배분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의 차이에 따라 각자 과제가 다르다. 신부님께서는 초보자한테 한글 타자부터 가르쳐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러면 재미없어서 컴퓨터 사용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부님께서 이 많은 컴퓨터를 나눠주시는 깊은 뜻은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컴퓨터로 인터넷과 연결하여 더 넓은 세상을 만나면 좋겠습니다”였다.

또한 신부님께서는 방송을 통해 고독사하는 독거 청년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프시단다. 그런 청년들을 찾아주면 남은 컴퓨터를 기증도 하고, 조립과 수리기술도 가르쳐 주고 싶다고 하신다. 소중한 나눔이 얼른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리라. 두 분 신부님과의 귀한 인연으로 ‘꼬미 세상’이 달라졌다. “하느님은 찬미 받으소서, 이제로부터 영원히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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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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