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의 1/3이 빈집이라는 사실이었다. 농촌 마을의 실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여름이면 온갖 풀들이 담장을 넘어서 이웃집으로 번져오고, 겨울이면 썰렁하고 휑한 모습이 아주 을씨년스럽다. 여름은 그래도 녹색 정원을 만들어 주어서 그나마 볼 만하지만, 겨울은 차마 보고 있기가 쉽지 않다. 주말농장이라도 하러 오는 집은 그나마 집이 유지되어 있지만, 방치된 집은 허물어지고 허물어져 귀곡산장처럼 되어있다. 이 문제가 꼬미 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농촌의 과제일 것이다. 사라져가고 있는 사람들, 사라져가고 있는 마을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오게 할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오직 하나 희망은 옛집 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아서 후세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옛 주인이 바뀐 집은 딱 한 집이지만, 사람은 살고 있지 않다. 이 마을로 시집오신 할머니들은 최소한 70~80년 이상 한 마을에서 함께 살아온 분들이다. 돌아가신 분들은 계셨지만, 새로운 인물은 안 계신다는 사실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주인공들, 농사만 짓던 분들이 1세대라면, 다시 마을로 들어온 2세대들은 전적으로 농사만 짓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코로나 시국 이후, 한 집 두 집 젊은이로 채워지고 있다. 3년 사이에 빈집 세 채와 농막 하나가 사람 사는 집으로 생기를 찾았고, 11명의 인물이 꼬미 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이쯤이면 희망적인 마을이 아닌가?
19채에 29명가량 매일 꼬미땅을 밟고 살고 있고, 주말농장을 하는 네 집은 주기적으로 오고 있으니 문제가 없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빈집 여섯 채가 과제이다. 지금부터 한 해에 한 집만 살아나도 몇 년 후면 사람들로 꽉 찰 것이다.
지난해 결성된 출향인들과 함께하는 모임인 꼬사모(꼬미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매회 개최하는 ‘고향 방문의 날’(Home Coming Day)에 희망을 걸어본다. 정든 고향으로 돌아와서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120여 명이 꼬사모 단체톡에서 마을 소식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지난해 첫 만남에서 ‘나도 꼬마에 와서 살고 싶다’, ‘나도 은퇴 후에 마을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 등 여러 명이 이 말을 했다. 이 말은 농촌 마을이 부활할 수 있는 기쁜 소식, 곧 복음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꼬미 마을에서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뵌 듯하고,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말씀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빈집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귀농·귀촌의 일환으로 농촌 살이 한 달, 일 년 살이나 피정집, 휴가 시설 등으로 마을로 사람들을 오게 할 궁리를 해보라고 제안을 해온다. 무엇보다 먼저 집 주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최우선이리라. 빈집을 개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무리이지만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음을 믿는다. 오늘도 내일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빈집이여, 사람 소리 들려줄 날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심하여라. “진정하고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네 마음이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이사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