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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38. 강변 뚝방길 / 자연생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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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 마을은 낙동강 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주는 뚝방길이 일품이다. 마을에서 말방길을 400m가량 걸어가다 보면 뚝방이 나오고 달성보를 만난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야생화들의 녹색 정원, 가을이면 하천부지에 갈대와 억새가 해가 갈수록 숲을 이룬다. 겨울이면 잎을 떨군 산천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길게 펼쳐진 둑길이 푸른 하늘과 일체를 이룬다. 몸과 마음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을 땐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린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찌뿌둥한 몸도 답답한 마음도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지금은 뚝방길이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달성보 건설 전에는 흙길이며 잔디밭이었다. 어릴 때 강변과 뚝방은 소들의 늘푸른 밥상이었다. 푸른 초원에 소들은 풀을 뜯고, 나는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동요 ‘푸른 잔디’의 주인공이 된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보며 마음은 저절로 부풀어 올라,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콧노래가 끝나고 뭉게구름 속에 얼굴을 넣고 호흡을 하다 보면 깜박 잠들어 꿈속을 여행하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에 신선이 된 듯 기쁘고, 온몸은 천상을 나르는 날개를 단 듯 가벼워진다.

달성보 건설과 더불어 강변에는 자전거 도로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 길이 도시의 어느 곳에 있다면 수백 명, 수천 명이 날마다 드나들 텐데, 대부분 노인세대만 사는 시골에는 운동하러 뚝방길을 걸으러 나올 사람도 거의 없다. 간간이 운동하는 분들이 보이긴 하지만 극소수이다. 강을 따라 펼쳐진 이 어마어마한 하천부지가 지역 경제도 살리고, 자연도 보존하고 가꾸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해바라기나 유채는 꽃도 보고, 기름도 짤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속담이 떠오르지만, 생태 시대를 사는 지금은 속담도 달라져야겠다. 꿩도 가재도 잡으면 안 될 것이다.

최근에 부임하신 김광호 면장님은 개진면을 역사, 문화, 생태중심 행정으로 펼쳐 나가고자 한다. 개진면민이지만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낙강구곡과 낙강칠현의 역사를 알리고 계시고, 개진면 활성화 기획단을 구성하여 내외부 전문가와 주민들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지방 소멸과 초고령화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주도 농촌재생을 위한 활동가 역량 강화 워크숍도 마친 상황이다. 꼬미 마을이 이 행정하에 있으니 저절로 꿈과 희망이 부풀어 오른다. 소싯적 강변 뚝방길에 누웠을 때 부풀어 오른 그 마음이 다시 부활하는 느낌이다. 천혜의 자원 강과 땅이 아름답게 가꾸어지고 더불어 사는 모습이 두 눈에 펼쳐진다. 강물에게 들려주는 음악회도 열리고, 길게 펼쳐지는 강둑에서 삼삼오오 그림 그리기도 하며 함께 주님을 찬양하는 날이 오리라.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가꾸고 돌보아야 할 이유를 교황님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1항에서 찾는다.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다.” 누이이며 어머니인 공동의 집 자연이 주는 온갖 좋은 것들과 더불어 자연이 신음하고 울부짖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강도 가꾸고, 땅도 가꾸어 주님 보시기에 좋은 마을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창조의 복음이 우리 현실에 풀향기와 더불어 뿌리내리고, 강변 뚝방길은 우리가 함께 가는 연대의 길, 희망의 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분의 업적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찬란하게 보이는가?”(집회 42,22)

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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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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