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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0)자유와 순종 사이에서 (2)하느님의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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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비유 중에 포도원에서 일하도록 아버지의 명을 받은 두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마태 21,28-32 참조) 맏아들은 처음에는 ‘싫습니다’하고 답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꿔 일하러 갔고, 다른 아들은 ‘가겠습니다’ 하였지만 끝내 가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실천한 이는 맏아들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인생 역전’, ‘막판 뒤집기’ 등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실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신앙에 관한 이야기다.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하느님도 결코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으신다. 찾고 물으며 스스로 답하기를 바라신다. 당신 뜻을 헤아리며 따를 때까지 기다리신다. 이것이 하느님의 교육법이다.

신앙은 자발적인 순종이다. 처음에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경험을 통해 신앙 안에서 진정한 순종은 자발적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어렸을 때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한다. 부모님의 세상이 자기 세상이 되고, 부모님의 생각이 자기 생각이 된다. 그러나 커가면서 자기 삶의 책임을 질 준비를 하게 된다. 미래를 꿈꾸고 진로를 준비하며, 스스로 해야 할 것을 찾는 법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생각과 의지에 대해 의식하게 되고, 부모나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 아닌 도전을 하게 된다. 양편 모두에게 힘든, 그러나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이 시기를 거치며 아이는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된다. 그리고 자기 삶을 스스로 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며, 특히 부모님이 겪으신 것을 하나씩 겪어 나가며 부모의 생각과 뜻이 옳았음을 인정하며 그 뜻을 따르게 된다. 결국 자발적으로 부모님께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부모의 손을 잡고 성당에 다녔지만, 커가면서 신앙을 여러 면에서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게 하는 족쇄처럼 느낄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성당에서 멀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 풍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다 보면, 결국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이 옳았음을, 그리고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분은 하느님과 교회뿐임을 깨달으며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오게 된다.

이 점은 자신이 걷는 신앙의 길을 이해하고, 자녀를 신앙 안에서 키우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어느 순간 자녀가 신앙에 대해 묻고 불만을 표현할 때, 그것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여길 필요가 있다. 부모님의 권위에 따르는 피동적 신앙에서 자기 스스로 하는 자발적 신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그 길을 걸어왔음을 인정하며, 자녀가 경험하는 것을 신앙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논증으로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자녀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앙과 삶에 대한 부모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는 자기 이야기를 경청하며 삶의 이야기를 솔직히 나누는 부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계속해서 좋고 옳은 것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만나는 하느님은 교리나 성경 속에 갇힌 분이 아닌, 우리 삶 안에 살아계신 분, 당신 자녀가 기쁘고 행복하기를, 자비롭고 정의로운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분이시며, 그분 앞에서 더욱 자유롭고 사랑받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 아름답고 환희에 찬 신앙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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