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용하는 언어 중에 ‘관계 인구’, ‘교류 인구’란 표현이 정답게 들린다. 특히 인구 소멸 지역인 농촌의 현실에서는 더욱 기쁜 소식이다. 관계 인구는 정주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주 왕래하여 친밀감이 깊어지고 관계가 밀접해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역 만들기에 필수적이며 유동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지역 내에 뿌리가 있거나, 과거에 근무지였거나, 거주나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교류 인구는 관광차 방문한 사람을 가리킨다. 정주 인구만이 그 지역 인구라고 알고 있을 때는 시골살이에 뭔가 모르게 답답함이 있었는데, 두 용어를 만난 후부터는 의식이 확장되고 이해의 지평이 넓어졌다. 교류 인구가 많아지다 보면, 그들 중에 관계 인구로 전환되어 정주 인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관계 인구 창출과 확장이라는 말 자체로 이미 마을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생기 넘치고 활발해지는 느낌이다. 최종 목표인 정주 인구로 안착하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곳에 사람들이 오고 가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것이다. 출가한 자녀들은 꼬미 마을의 관계 인구에 속한다. 그다음으로 귀향한 세대들의 지인들이나 자주 오는 손님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관계 인구 중 아주 귀한 사람들인 꼬미 마을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협력 및 연대해주는 사람들이다. 마을에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해주거나 연결해주고, 새로운 활동과 사업들을 제안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다. 적극적인 협력자들을 한 분 한 분 적어보니 최소 열 분 이상이다. 그들을 통해 사회적 기업 신청서도 제출하고, 동네 우물 되살리기도 시도하고, 해바라기밭도 만들고, 통합생태마을 프로젝트도 하고, 지역 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관계 인구를 늘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응답하고, 진심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이 빈집의 주인으로 와서 우리의 이웃이 될 것인가도 관심 가는 항목이 되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일 경우에는 주민의 일원으로서 존재감이 없고, 마을 내에 또 하나의 섬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이웃과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이가 새로운 이웃이 되면 좋겠다. 아름답고 살맛 나는 마을 공동체 형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금상첨화이다.
무엇보다 교류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방문객은 가람 쑥농원에 농촌 체험 활동을 하러 오는 어린이집 유아들이다. 겨울을 제외하고 봄에는 감자 캐러, 여름에는 수박 파티하러, 가을에는 고구마와 땅콩을 캐러 온다. 그때마다 주민들의 기분은 저절로 좋아지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빛이 온 동네를 물들인다.
올해 여름에 꼬미 관솔갤러리를 개관했으니 이제부터는 갤러리 관람객도 한몫하리라 본다. 갤러리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열어 새로운 문화마을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생태 피정과 영적 돌봄의 장으로도 꿈을 꿔본다. 농촌 재생 사업 중 많은 프로젝트가 대부분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업도 컨설팅팀과 연대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귀띔해주는 이도 있다. 그 길이 아닌 다른 길도 있을까? 농촌 재생, 멀고도 어려운 길이며 장거리 마라톤이다. “이는 당신의 사업을 수행하시려는 것이니 그분의 사업은 기묘하기도 하여라.”(이사 2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