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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8)생명을 전달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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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전달과 신앙 전수의 장으로서 가정이 차지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설명하는 단어로, ‘제네러티비티(generativity, 생육성(生肉性)이라 번역)’가 있다.

이 단어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4년 12월 개최된 교황청 문화평의회(현 문화교육부) 총회에서 사용한 신조어다. 총회에 참석한 프랑수아 부스케 몬시뇰에 따르면 생육성은 생명 전달의 네 단계를 포함하는데, ‘열망, 탄생, 돌봄, 포기’가 그것이다.(교황청 문화평의회, 「여성문화: 평등과 차이」, 92-109쪽) “생명을 갖고자 열망하고, 생명을 세상에 탄생시키며, 생명을 돌보고, 그 생명이 떠나도록 내버려 둔다.” 부스케 몬시뇰은 이 생명 전달의 네 단계에는 각각을 넘어서는 무엇이 존재한다고 보는데, 그리스도 신앙은 거기서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생명 전달의 원리인 생육성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우리가 어떤 사랑의 결과인지 잘 설명해 준다. 우리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생명 전달의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고귀한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저 왔다 사라지는 우연적인 존재가 아닌, 위대한 사랑의 결과이며 필연적인 존재다. 그 사랑이란 생명을 그토록 열망하고, 그 생명을 세상에 낳고 보살피며 양육시키며, 그 생명이 떠나도록 포기하는 사랑, 바로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온 삶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다.

이 모든 것은, 생명 전달의 과정을 하느님께서 축복하시고 창조와 구원의 장으로 삼으셨음을 의미한다. 생명은 그 자체로 하느님께 속하는 거룩하고 고귀한 것으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생명 전달의 과정은 창조된 만물, 우주의 전 존재에 각인되어 있는 사랑의 법칙이며, 모든 인간 활동과 사고의 근본 전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선물인 생명 앞에서 경이로움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동시에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겸손하게 무릎을 꿇는 법을 배운다. 그리스도 신앙은 모든 생명이 하느님께로부터 선물로 주어졌음을, 인간은 그 선물을 보존하고 보살피며 전달할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고백한다.

혼인과 가정의 기본 원리인 생육성은 교회 삶의 원리이기도 하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흡사하다. 곧 생명을 열망하고, 생명이 탄생하고, 생명을 돌보고 생명이 떠나도록 놓아주는 일이 교회의 일이다. 신앙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고, 양육하고, 돌보고, 가도록 놓아주어 새로운 신앙이 탄생하도록 인도하는 것은 교회가 지닌 모성(母性)을 실현하는 것이다. 생육성에 대한 자각은, 교회의 모성 회복이 오늘날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인식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영원한 생명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생명 전달 과정의 네 가지 요소는 ‘가정의 교회성’과 ‘교회의 가정성’을 회복시키도록 하며, 교회의 모든 활동이 생명 전달을 중심으로 행해지도록 안내한다. 곧 신자 개개인과 공동체 전체에게 생명을 향한 열망과 바람을 일깨우고, 선물로 주어진 생명을 세심한 배려로 돌보고 보살필 책무를 인식시키며, 스스로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함양하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고 내어주는 삶을 살도록 한다. 그 모든 과정 안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손길, 그리스도의 영이 활동하고 계시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도록 우리를 다그치신다.(2코린 5,14 참조) 이처럼 사랑으로 재촉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과 내적 친교를 이루며 하느님의 자비심을 닮고 온 삶으로 증언하는 것이 오늘 우리 교회에 맡겨진 사명일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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