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매력적이다’를 줄여서 ‘볼매’라고 한다. 살면서 간간이 볼매인 사람들을 만난다. 하느님의 시선 안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볼매이지만, 인간의 시각은 각자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사람을 분별하고 판단한다. 각자 위치에서 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같다. 같은 시각에 한국에서 보는 달과 로마에서 보는 달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가! 누가 본 달이 정확한 달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각자가 본 것으로 인식하고 지각한다.
귀향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이제는 언제 이곳을 떠나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 고장에 익숙해지고 있다. 고향 땅이지만, 떠나서 산 세월이 40년이 되다 보니 지역에 대해서는 생소하고 문외한이었다. 꼬미 동네가 고령군 소속이지만, 생활권은 강만 건너면 대구시 달성군이라 더더욱 낯선 땅, 안면부지로 다가온 고령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 계신다. 2020년 당시 노재창 개진면장님이시다.
노 면장님은 관솔작가 아버지를 지역신문 모든 기자에게 알려 기사화하고, 때론 직접 인터넷 신문 기자가 되어 소개하셨다. 지금도 곳곳에 숨어있는 인재도 발굴해 힘을 실어주고, 지역민들의 미담 사례도 신문에 기고해 공적으로 알려주신다. 신실하고 진실한 좋은 사람들과 연대하도록 다리를 놓아주기도 하고,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소개해주고, 심지어 어떻게 인간관계를 이어가야 하는지도 코치해 주신다. 지역 행정가로서 몸에 익힌 행정력, 추진력, 설득력과 겸손한 태도는 만날 때마다 감탄이다. 가장 많이 한 말은 “공무원이 이런 분도 계시는가?”이다. 공무원에 대한 색안경을 바꾸게 한 첫 인물이다.
지금은 퇴직 공무원이시지만, 노 면장님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문구들이 떠오른다. 삼국유사 기이편에 고조선 건국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 단군 이념이 생각난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세대가 자나 깨나 외우고 다녔던 새마을 운동 정신 ‘근면, 자조, 협동’이다. 근·자·협의 모델이라고 존경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 놀리기도(?) 했다. 면장님 주변을 보니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발 벗고 나서는 또 다른 공무원 출신 벗이 있음을 알았다. 김용현 고령군 관광협의회 회장님이었다.
유유상종이 꼭 맞는 말이었다. 두 분은 서로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놀라워하고, 감탄하면서 살고 있었다. 세상을 빛나게 하는 고귀한 뜻과 사람답게 사는 인간애를 보면서 세상은 이렇게 해서 맛이 나는구나 싶었다. 김 회장님은 다산면장 재직 당시 클린다산 추진으로 지역을 환하게 한 분이다. 지금도 혼자 플로깅하면서 주변뿐만 아니라 발길이 닿는 곳곳을 아름답게 가꾸며 앞장서서 창의적으로 일하시는 분이다. 이웃의 어려움도 발 벗고 나서는 분이다. 꼬미 동네 주민이 감자를 팔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연락을 드렸더니 40박스를 하루 만에 팔아주셨다. 삶은 연대의 힘으로 빛나고 맛이 나는 것이 틀림없었다.
김용현 회장님과 대화 중에 “노재창은 새마을 운동의 모델이다”라고 하셨다. 뼛속 깊이 근면, 자조, 협동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인 당신도 두 번째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다. 지역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 꽃피우는 인물들 ‘노재창과 벗들의 새마을 운동’, 노벗새는 이리하여 탄생했다. 근·자·협이 삶인 사람들은 모두 노벗새다. 노벗새여, 비상하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