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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 찾아내기와 가난한 마음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0)하느님과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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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성탄 장식으로 물든 도시와 거리로 나선 수많은 인파, 성당과 교회에 모여 미사와 예배에 참여하며 축하를 나누는 신자들, 그리고 화려한 도시의 축제 그늘에서 외롭고 쓸쓸한 밤을 지내는 사람들, 어두운 길가에서 추운 겨울밤을 지새울 걱정을 하는 노숙인들…. 매년 성탄 때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우리는 기쁜 얼굴로 서로에게 성탄을 축하하며 인사를 건네지만, 성탄의 깊은 의미는 헤아리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성탄의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성탄을 축하해야 하는가?

성탄은 모든 이의 축제다. 누구에게나 성탄이 축제인 이유는, 성탄이라는 소식이 우리 안에 늘 어떤 희망을 솟아오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희망이 아주 밝은 빛이든 저 멀리 캄캄한 밤을 거슬러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과 같은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바로 거기에 성탄의 힘이 있지 않을까.

성탄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성탄의 빛은 오히려 가난하고 소외된 이의 어두운 삶에 더 희망차게 비친다. 그것은 성탄이 화려한 도시 속에서가 아닌, 출산을 코앞에 두고 여행길에 오른, 여관방도 구하지 못한 가난한 신혼부부가 밤을 보내야 했던 어둡고 누추한 마구간에서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성탄은 우리의 시선을 베들레헴의 마구간, 구유에 누운 한 아기를 향하도록 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아오셨다. 어둡고 탁한 인간 삶에 희망을 주시기 위하여 아주 작고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다. 여기에는 두 개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나는 하느님께서 가난한 아기 안에 숨어 계신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찾아야만 그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탄은 숨바꼭질이다. 인간을 찾아오신 하느님, 그리고 그분을 찾아 나서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각자의 이야기이며 모든 이의 이야기다. 복음서에 따르면 우리를 찾아오신 하느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종교인이나 학자가 아닌, 밤을 새워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 동방에서 별을 쫓아 길을 나선 이방인들이었다.

이러한 정황은 우리의 하느님 관념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린다. 하느님은 겸손하신 분,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분이시다. 당신 것을 모두 버리시고 우리와 똑같이 되신 분이시다. 그렇기에 쉽게 발견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 화려한 궁전이 아닌 구유 속 아기 안에 숨어 계신 이유는 우리가 당신을 찾도록, 그리고 그분을 발견할 수 있는 가난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방의 박사들이나 목자들처럼 가난한 이라야 마구간의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린 과연 그러한 하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동방의 박사들이나 목자들에게 먼저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들은 찾는 사람, 깨어 밤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아직 하느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가 엉뚱한 곳에서 그분을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생각과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곳으로 오셨는데, 우리는 그분을 익숙한 곳에서만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세상일에 파묻혀서 찾지조차 않았는지도 모른다. 혹은 다른 것에 눈이 팔려 우리가 찾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우리를 찾아오신 하느님을 찾아 길을 나서라는 것, 그 길에서 가난을 배우고 구유의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하라는 것, 그리고 주위의 가난한 이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는 것, 이것이 성탄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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