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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숙 노엘라의 생명의 빛을 찾아서] (49-끝) 웰빙과 웰다잉 / 사회생태

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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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사라져가는 농촌 마을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이 질문 앞에 ‘웰빙과 웰다잉’이 새겨졌다. 삶과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다. 하지만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내버려두기 일쑤다. 다음 과제가 살아갈 시간보다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이 대다수인 시골에서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신앙의 뿌리인 신망애, 향주덕은 새로운 꿈으로 이끌어줬다. 이곳으로 불러주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좀 생뚱맞지만 바로 죽음 준비일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지구별 여행이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마무리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 하루하루가 기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충만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우선 지금, 기쁘고 즐거운 거리를 만들어 드리자. 매주 한 번이라도 마을회관에 가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르신들은 내가 마을회관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하는지 모른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체험을 많이 한다. 모든 분이 나의 어머니요, 할머니이시다. 아낌없이 나누는 조건없는 사랑을 이렇게 받을 수 있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몇몇 놀이기구를 샀다. 제일 먼저 몸풀기로 원판 자석 다트를 걸어두고 던진다. 중앙 목표점 가까이 자석이 딱딱 붙을 때는 모두가 손뼉을 친다. “구실 형님, 상노인이 제일 잘하시네”, “삼대댁, 왼팔이 잘 안 올라가더니 이제 많이 올라가네” 하시며 서로를 격려하신다. 어르신들이 제일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둘째 올케가 사다 준 해적통 아저씨 보드게임이다. 집중력과 조심성을 요하는 놀이다. 통 사방으로 조심스럽게 칼을 꽂아 들어가다가 해적 아저씨가 훌쩍 통 밖으로 뛰쳐나오면 깜짝 놀라면서 즐거워하신다. 테이블 탁구는 의외로 어려운 과제였다. 공을 맞히기도 어렵거니와 탁구공이 도망가면 거동이 자유롭지 않으신 분들이 온 방 안을 휘저어야 했다. 이 놀이는 딱 한 번만 시도하고는 접었다.

한 번은 사진말 그림을 펼쳐놓고, 엄마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사진을 들고, 엄마와의 그리움을 풀어내면서 “우리 엄마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모두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다음은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눌 시간. 그동안 다른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죽음 준비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죽음’이란 말 자체를 꺼내기도 어려웠다. 이분들이 ‘죽음’에 대한 말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어서였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내년에 내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이다. 처음엔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어르신,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하고 다시는 말씀을 못 하게 말문을 막아버렸다.

노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시작한 이유가 어르신들의 웰다잉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죽음 준비에 대한 글도 보고, 사후 세계에 대해 공부도 하면서 영적 돌봄가로서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나름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 깊어지고, 맛이 나는 것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사후 생에 대해 맘껏 말해도 마음이 편안하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사랑·기쁨·평화, 이웃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인내·선의·친절,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성실·온유·절제 등 성령의 열매로 하루를 열어간다. 오늘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기쁘고 즐거운 시골생활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요한 15,8)

※ 지난 1년 동안 ‘생명의 빛을 찾아서’를 연재해주신 김광숙 노엘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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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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