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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가 아니라 우리 곁에 계신 하느님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1)놀라우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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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자녀를 신앙으로 잘 키우지 못해 냉담하게 한 것이 가장 큰 죄고 짐이네요.” 많은 신자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자녀들 신앙일 것이다. 자녀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겠다고 할 때,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보라고 할 때,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들이 정말로 하느님을 믿지 않는 것일까? 혹시 머릿속에 그려놓은 상상 속의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아닐지?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 만들어놓은 하느님 상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신부님, 신앙 때문에 갈등이 많아요. 하느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왜 자연재해나 대형 참사가 일어나도록 하느님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서, 혹시 우리의 바람대로 모든 것을 들어주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나 깊은 산 연못 속의 산신령님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지?

그리스도인의 삶은 유아기적 신앙에서 성숙한 신앙인으로 되어가는 과정이다. 어릴 때에는 하느님을 대체로 무섭고 두려운 분으로 그리지만, 시간이 지나 하느님과 친숙해지며, 그분을 무서운 분보다는 친구처럼 가까이 계신 다정다감한 분, 인생길에 동행하는 분으로 알게 된다.

누군가 하느님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잘못 알고 있거나,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교회 안에서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을 각자의 삶 속에서 만난다. 교회와 삶을 오가며, 우리는 조금씩 자기만의 하느님 상을 깨뜨리고, 교회가 알려주는 하느님을 알게 되며, 우리 삶 안에 살아계신 분으로 직접 만나게 되고, 우리가 하느님의 크신 구원 계획안에 속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직접 만나 알게 된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삶의 주인이자 목적으로 고백하게 된다.

해마다 성탄이 되면 우리는 허름하고 누추한 말구유에 누워 계신 한 아기 앞에 선다. 그분 앞에 무릎 꿇고 경배드리며 하느님의 탄생을 경축한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하느님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느님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듯 저 먼 하늘 위에 머물며 우리를 ‘내려다보는’ 분이 아니라, 역사 안에 오신 하느님,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시다.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교묘히 피하시거나 인간의 ‘겉모습’만을 취하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 죽을 운명까지도 당신 것으로 하신 하느님이시다. 우리와 끝까지 함께하시기 위해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잠깐 왔다 하늘로 올라가시는 ‘신화적’인 방식으로 우리 안에 오시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육화’ 곧 인간의 육을 취하시고,(요한 1,14 참조) 인간과 하나 되는 방식을 택하셨다. 화려한 성전이나 궁전이 아닌 허름하고 위험천만한 마구간을 택하셨다. 화려하고 밝은 도시가 아닌, 어둠과 쓸쓸함이 뒤덮고 있는 우리의 일상 안으로, 그늘진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시기 위해서다. 인간과 사랑의 친교를 나누시기 위해,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들고 죽어가는 인간을 돌보시고 함께 운명을 나누시기 위해서다.

우리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누워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놀라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하나 되시기 위해 우리 안에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 각자가 성탄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놀라운 진리를 알아볼 수 있는가? 그토록 놀라운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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