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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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4)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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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질문이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는 우리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다른 질문이 있으니, 바로 ‘너희는’ 곧 예수님께서 말씀을 건네시는 우리 자신에 관한 질문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신학자인 조셉 도레 대주교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수」(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8)에서 예수님께서 앞서 하신 질문의 초점을 ‘너희’에 맞추며, 예수님께서 우리 자신에게 자문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계심을 일깨운다.(225~226쪽) 예수님을 따르는 나, 그분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신앙의 길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분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을 찾아 나선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학교 교직원 연수 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한 번도 던져보지 못했던 질문이라고 하시며 많은 분이 당혹해 하셨다. 그동안 신학교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아빠,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는 늘 숨기고 살아왔던 삶이었기에 그랬다고 하셨다.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누구라고 말씀하시겠어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답을 준비해 보셔요.” 필자의 설명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 직원들은 이내 그룹별 나눔에서 자신 있게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고, 필자는 그들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환한 미소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생에는 많은 질문이 있지만, 그중 나의 영혼을 깨우고 삶을 새롭게 살게 하는 질문이 있다. 직원들 전부는 아니겠지만, 몇 분은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고 자기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갖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적어도 그 질문이 가슴에 남아 있다면, 삶을 이전과는 달리 살게 할 모티브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자문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 혹은 회사나 직장의 일원으로서의 나 뒤로 감추어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그동안 나는 나를 어떻게 하였나? 나 자신을 대면하기를 거부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나? 단 한 번도 던져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이 질문들 앞에서 무어라고 답할 것인가?

혹자는 물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신앙과 반대되지 않느냐고, 신앙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신앙이 순종이란 말은 맞지만, 우리는 순종이란 단어 앞에 붙는 ‘자발적’이라는 말을 종종 잊는다. 신앙은 자발적인 것이기에 나의 몸과 정신뿐 아니라 영혼과 마음, 곧 나의 온 존재를 기꺼운 마음으로 봉헌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자기 삶을 찾기를 바라신다. 가치 있고 보람되며 의미 있는,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신다. 사실 그 길은 아버지의 뜻을 찾는 길과 다르지 않다.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뜻이란 우리가 당신과 함께 길을 걸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며, 진정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마음이다. 아버지의 그 뜻과 마음은 우리가 당신과 관계 맺으며 걸어가는 길 위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무엇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처럼(루카 15장 참조) 많은 시련을 거치며 변화를 겪는 길이다. 그러나 기쁨과 희망의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 여정을 마치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그분께서 던지실 “내가 너에게 준 생명, 너의 삶을 너는 어떻게 살았느냐?”라는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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