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갑시다 나의 여자여 하나뿐인 나의 여자여 상처투성이 병이 들어버린 당신 여행 가서 낫게 하리다.”
이 노랫말 가사처럼 누구나 상처투성이 병든 몸과 마음을 추스를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톨릭교회의 ‘피정’이야말로 이런 시간이 아닐까. 피정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거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자가 계실지 모르겠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피정이란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들의 영신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해, 어느 기간 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묵상과 자기 성찰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할 수 있는 고요한 곳으로 물러남”을 말한다.
‘피정’ 하면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유학 시절이 떠오른다. 고국을 떠나 외국말로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며, 논문까지 외국말로 써야 했던 그 시기는 필자에게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 시절, 고단하고 지친 삶에 활력을 주고 용기와 힘을 주었던 시간이 바로 피정이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2) 파견지에서 돌아온 사도들에게 쉼의 시간을 배려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리스도 신자들은 바쁜 일상과 교회 활동을 뒤로하고 한적한 곳에 가서 쉼의 시간을 가지며, 주님과 함께 머물며 그동안 돌보지 못한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주님께 맡겨드리며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한다.
포스트모던 시대는 자신을 돌보고 영적으로 새로운 힘을 얻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시대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은 늘 내면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이 자신을 지켜주던 안정된 공동체의 도움이 많이 사라진 오늘이기에, 현대인은 더욱 많은 아픔과 상처,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피정은 신자들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나누어 줄 수 있는 소중한 전통이며 보화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종교나 종파와 무관하게 가톨릭교회의 피정을 배우기 위해, 혹은 피정을 통해 영적 힘을 회복하기 위해 가톨릭 피정 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을 돌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이란 나를 길들여온 익숙하고 안락한 장소인 동시에, 나를 타성에 젖게 하는 환경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떠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분명 떠나지 못하도록, 안주하도록 하는 환경이 있다. 그러나 막상 떠날 때, 떠남이 진정으로 필요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떠나려는 의지만이 아니라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떠난다는 것은 잠시 나에게 맡겨진 일에서 벗어나, 일상의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의식적이고 자율적으로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정리가 필요하다. 마치 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일반 여행과는 다르다. 피정은 무엇보다 영적인 힘을 회복하는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 성당이면 좋겠지만, 집이어도 좋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끄고, 십자고상 앞에 촛불을 켜고 앉아보자. 하느님 말씀을 펴고 한 구절을 읽으며, 그 말씀 안에 머물러보자. 그리고 그동안 외면해 온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주님께서 하시는 다음 말씀을 되새겨보자.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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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