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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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것,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길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37)“아직도 내가 날 모르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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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돌아다보니 지나온 모든 게 다 아픔이네요. 날 위해 모든 걸 다 버려야는데, 아직도 내 마음 둘 곳을 몰라요. 어디로 갈까요? 어떻게 할까요? 아직도 내가 날 모르나 봐요~♪”

‘어느 날 문득’이라는 노래 가사다.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다시 부르고, 많은 사람이 그 노래를 좋아하며 따라 부르는 이유는, 그 안에 자기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지. 내가 날 모르는 이유는 그만큼 나를 대면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를 더 잘 알고 친해지는 것처럼,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신앙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하느님을 아는 것과 자신을 아는 것은 동떨어진 두 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신앙을 통해 나를 얼마나 알아 왔는지?

피정은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를 돌보는 피정의 시간을 마련하여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그동안 외면해 온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어디쯤 와 있는가? 그동안 나는 나라는 존재를 너무 외면해 온 것은 아닌지? 자기 이름을 다정히 불러보자.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보자.

하느님께서 나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나의 삶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라고 하셨는데,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지? 그동안 나는 누군가의 아내, 남편, 부모, 자녀로, 혹은 직장의 누군가로 살아왔지, 정말 나의 삶을 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쩌다 어른’ ‘어쩌다 어르신’이 되면서, 젊어서 가졌던 꿈과 희망, 인생의 계획은 다 어디에 두고 온 걸까?

하느님 자녀로서 나의 삶은 어떠하였나? 세례성사로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 세상 사람들과 세속 일에 파묻혀 살면서, 나는 얼마나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와 고귀함을 지키고 살아왔나? 하느님 자녀로서 긍지와 자부심, 자신감과 든든함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부모님 잃은 고아처럼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묵상을 위한 성경 구절로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처럼, 나는 혹시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자녀이지만 실제로는 이방인들 틈에 살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결국 돼지 치는 고되고 외로운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와 사랑 어린 말 한마디 받지 못하고 살아오지 않았나. 혹은 큰아들처럼 자신을 ‘종처럼’ 여기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하느님은 내가 자유롭기를,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는데, 나는 그저 순종하기만 하면 되는 줄로 알고 고개 숙이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이제 아버지께로 돌아가자. 아버지께서 나를 위한 잔칫상을 준비하고 계신다. 회개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나를 향한 아버지의 넓고 따뜻한 마음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나를 가여워하는 마음,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담긴 애끓는 마음, 그 마음과 눈길을 통해 자녀로서의 품위와 고귀함을 되찾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내 생의 마지막 날 “그래, 내가 너에게 선물로 준 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았느냐?”라고 물으시면, 나는 무어라 답할 것인가?

하느님 아버지께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의 이야기를 해 드리자. 아버지께서는 나의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시고 공감하시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픔을 어루만져주실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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